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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복지부, 의료기관 전산자료 요구 위법"

안창욱
발행날짜: 2011-11-17 06:40:51

Y의원 업무정지 취소 판결…"처분근거 법령도 무효"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을 현지조사 하면서 관행적으로 '전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의료기관이 전산기록을 제출하지 않을 때 1년간 업무정지처분을 내리는 것은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위임범위를 일탈해 무효라고 판단해 향후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충남에서 의원을 운영중인 Y원장(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세승)이 복지부를 상대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최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Y원장이 운영하는 의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하면서 조사대상 기간 작성한 진료기록부,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등 급여 관계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복지부는 이들 관계서류가 전산기록장치에 의해 저장, 보관한 경우 전산기록까지 포함해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Y원장은 물리치료대장,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등을 제출했지만 전산기록장치에 저장 보관중인 진료기록 등의 전산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Y원장은 현지조사 이틀째 날 복지부가 전산기록 제출을 또다시 요구했지만 법적으로 이들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올해 3월 Y원장이 관계서류 제출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며 요양기관 업무정지 1년, 의료급여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Y원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Y원장은 "의료기관은 전산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없으므로 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보험급여 및 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건강보험법 제84조 제2항, 의료급여법 제33조 제2항에 따르면 복지부장관은 의료기관에 대해 보험급여 '관계서류' 제출을 명할 수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관계서류'의 범위에 전산자료까지 포함되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산자료의 경우 관계서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여기에서 서류란 문자 또는 이에 갈음해 읽을 수 있는 부호를 사용해 서면 등에 작성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산기록장치로 저장 보존하고 있는 전산자료는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문리해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의료법상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로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전자서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전산기록의 작성 보관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재판부는 복지부가 관계서류 제출 명령을 위반할 때 처분 근거법령으로 삼고 있는 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하위법령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 별표5 제1호 나목에 따르면 요양기관이 건강보험법 제8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관계서류 제출명령에 위반한 때에는 업무정지 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관계서류란 컴퓨터 등 전산기록장치로 저장 보존한 전산기록을 포함한다.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33조 별표3 제1호 나목 역시 관계서류에 전산기록을 포함하고 있으며,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위반하면 마찬가지로 업무정지 1년 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재판부는 "컴퓨터 등 전산기록장치로 저장 보존한 전산기록 부분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상 의료기관이 현지조사를 받을 때 전산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업무정지처분을 내리도록 한 하위법령은 무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그 동안 관행적으로 보험급여 및 의료급여와 관련된 서류 이외에 전산기록도 제출받아 확인하는 방법으로 부당청구 여부를 조사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와 같은 관행만으로 전산기록의 제출 명령이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Y원장이 복지부에 전산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의 행정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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