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임채민 장관 취임 6개월 중간평가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의 지난 6개월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소통'이다.
지난해 9월 19일 취임 후 현재까지 장관 청문회와 국정감사, 대통령 업무보고 및 부서별 업무보고 등 쉴 틈 없는 검독회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 정책 현안과 방향성을 재점검했다.
임채민 장관.
MB 정권 말기 복지부장관으로서 신규 정책 보다 기존 정책을 견고하고 짜임새 있게 내실을 다지는 출구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복지부 내부에서도 "관료 출신 장관답다", "기존 정치인 장관과는 다르다" 등 기존 정치인 장관과 차별화된 평가가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정책 부문에서는 통제와 압박 그리고 생색내기 중심의 구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일례로, 오는 4월 시행되는 '만성질환 관리체계'(일명 선택의원제)는 고혈압과 당뇨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낮추는 '진료비 할인 제도'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환자가 선택의원 1~2곳을 정해 만성질환을 엄격히 관리하고, 해당 의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 취지는 시민단체와 개원가의 반발 속에 반쪽 자리 정책으로 전락했다.
임채민 장관도 관련 부서의 업무보고 당시 변화된 제도를 우려하면서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증 질환 약값 인상과 맞물려 대형병원 환자를 내리고, 의원급에서 받는 큰 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차원에서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의료계와 갈등 관계인 또 다른 정책은 '포괄수가제'(DRG) 당연 적용이다.
오는 7월부터 병의원급을 시작으로 내년 7월부터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편도와 제왕절개 등 7개 질환군 입원환자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의무화된다.
임채민 장관은 업무보고시 의료계의 반발을 감안해 원활한 제도 모형을 지시했으며, 현재 의료단체가 참여한 포괄수가협의체를 통한 적정수가와 환자군 중증도 분류, 수가 조정기전 등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포괄수가제가 행위별 수가로 인한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예고된 압박정책이라는 점에서 비급여를 포괄한 적정수가 합의점 도출에 난항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인턴제 폐지 역시 임 장관의 추진 정책 중 난제이다.
복지부는 2014년부터 인턴제를 폐지하는 대신, 'NR1+4년'이라는 과도기적 수련제도를 입법예고할 방침이었으나, 의대생과 의전원생의 반발에 부딪쳐 시행 시기를 조절 중인 실정이다.
이외에도 진료실명제(청구실명제)와 쌍벌제 명단 공표, 감기약 편의점 판매 추진 및 약가인하 등도 임채민 장관의 당면한 과제이다.
한정된 건강보험 속에 기반한 의료정책의 특성상, 장관이 가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한정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임 장관이 지난 6개월간 내실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경직된 의료정책의 틀을 넘어선 의료계와의 소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경제관료 출신 장관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지녔으나 기존 압박과 생색내기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MB 정부 말기인 상황에서 상호 신뢰하는 의료정책으로 귀결되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이라며 "의협과 병협 모두 수장 선출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회장이 확정되면 정책 방향에 대한 대화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의료계는 적정수가에 기반한 합리적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임 장관이 지난해 9월 의협과 병협 등 의약단체장과 함께한 사회공헌협의회 봉사 모습.(사진 제공:복지부)
이같은 상황에서 임채민 장관의 취임사는 장관 스스로, 복지부 공무원 모두가 곱씹을 필요가 있다.
당시 임 장관은 "발표하고 모른척하는 정책, 생색내기 정책은 복지부에서 통하지 않는다"면서 "이해 관계자에게 50점 이하 낙제점을 받은 정책이 있다면 추려서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채민 장관은 특히 "차관급부터 취임식을 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퇴임사를 쓰는 것"이라며 "최선을 다하고, 공정함을 잃지 않은 자세로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면서 일을 하겠다"며 소신 있는 정책을 강조했다.
취임 6개월을 맞이한 지금 임 장관이 생각한 낙제점 의료정책이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했는지 속단해 평가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점은, 의료계와 복지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며 의사들은 일방적 압박 정책이 아닌 적정수가에 기반한 합리적인 정책과 소신진료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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