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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자율규제를 담합 치부할 수 있나

오승준
발행날짜: 2012-05-21 06:03:29

오승준 변호사(법무법인 대세)

#COLUMN#모 치과 네트워크와 관련한 논란이 공정위의 치과의사협회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결정되면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 치과 네트워크 논란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설립 금지 법안을 이끌어내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공정위는 치과의사협회의 특정 치과 네트워크에 대한 홈페이지 이용금지 등의 각종 제제가 해당 치과의 저렴한 가격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의료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한다고 판단하고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조금 성급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정위 내부적으로 다양한 증거절차와 법률검토를 거쳤겠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전문성, 의료서비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경쟁법 논리에 입각하여 사안을 처리하였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일단 의료서비스 분야는 공급자 전원이 국가의 공인을 받은 전문가라는 점에서 일반 시장과는 다른 이론이 적용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진료방법의 선택, 더 나아가 시술 여부가 의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가격 및 서비스의 질이 통제되어 왔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저렴한 가격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가격에 경쟁이 붙으면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의료시장에서는 진료비에 관한한 무제한적인 시장논리가 적용될 수 없다.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지 않고, 통제된 의과대학 정원, 건강보험 시스템 아래에서 제한된 이윤을 추구하며, 정부에 의하여 수가가 관리되는 한국 특유의 비영리 의료 시스템 역시 일반 서비스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다.

현행 의료시스템에서 보험급여의 진료수가는 건강보험에 의하여 독점적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의료기관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삭감의 위험에 시달리며, 마케팅 차원에서 자기부담금을 할인해 주는 것도 금지된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의료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의료의 공공성, 비영리성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서비스 가격을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유로운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공정위 측의 논리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록 비급여 진료비는 각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고, 전문가집단의 자율규제를 통하여 의료서비스의 비영리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까.

물론 무조건적인 가격 통제, 독점적 공급자로서의 담합행위는 지양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규제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의료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지나친 가격경쟁을 초래하여 의료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을 저하시키고, 간신히 비영리성을 유지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시장으로 내몰아 전 국민이 우려하는 영리병원의 출현을 앞당길 수 있다.

치과협회의 자율규제를 단순한 가격유지 또는 담합행위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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