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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시위 나선 의대생들 "흰가운 입을 자신 없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2-06-06 05:59:42

임채민 장관 고려대 특강에서 단체행동…"포괄수가 강행 답답"

5일 오후 4시 30분. 검은 정장을 입고 흰 가운을 든 학생들이 고려대 하나스퀘어 대강당 앞 로비에 모였다. 그들은 로비에 모여있던 사람들에게 손으로 직접쓴 편지를 전달했다. 줄을 맞춰 선 그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침묵시위는 한시간 반동안 이어졌다.

오후 5시부터 대강당에서는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의 특강이 열렸다. 침묵시위의 주인공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연합(의대협)을 주축으로 한 의대생 70여명이었다.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 의대생들이 그들의 마음이 담긴 자필 편지를 써서 임 장관에게 직접 전달하고자 했다. 편지는 남기훈 의장이 대표로 작성했다.

"흰 가운을 입을 자신이 없습니다"라는 말로 자필편지는 시작했다.

남기훈 의장은 편지를 통해 "포괄수가제는 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이다. 그런데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도입을 강행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단체라는 의료계도 중심을 잃고 분열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깝고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또 "포괄수가제는 숱한 논쟁만 불러오고 있을 뿐 아무런 대안없이, 충분한 논의없이 강행되고 있다. 솔직히 놀라고 무섭다. 정부와 국민, 의사 사이의 반목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의사면허를 따고 당당하게 흰가운을 입을 자신이 없다"고 전했다.

침묵시위 내내 고려대 관계자와 의대 박건우 의무교학처장은 학생들을 설득했다.

고려대 관계자와 박건우 처장이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집에 손님을 초청했는데 친구들이 단체행동을 하고 있으면 되겠나.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것은 장관도 알고 있으니 정중한 절차를 거쳐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며 침묵시위를 말렸다.

박건우 처장은 시위를 말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학생들까지 나서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혔다.

박 처장은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집단들은 나름의 편견이 있는데 의대생까지 나서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단체행동을 하는 자체가 국가가 망할 때 나오는 행동"이라며 "대립보다는 파트너십을 갖고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가 끝날 때쯤 복지부 박기수 부대변인이 나왔다.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장관 대신 듣기 위해서다.

복지부 박기수 부대변인이 학생들의 의견을 장관에게 전달하겠다며 설득하고 있다.
그는 "장관이랑 항상 소통하는 입이다. 믿고 (나에게) 학생들의 의견을 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남기훈 의장은 박 부대변인의 요구를 거절하고 장관에게 직접 전달을 주장했다.

특강을 끝내고 대강당을 나오는 임 장관에게 남 의장은 자신의 소개를 하며 다가갔다. 하지만 곧 고려대 및 복지부 관계자에게 막혔다. 임 장관은 남 의장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박 부대변인이 다시 와서 장관에게 학생들의 의견을 꼭 전달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기수 부대변인은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단체행동을 하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관에게 꼭 학생들의 뜻을 전달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침묵시위는 끝났다.

남 의장은 "현실이 답답해서 학생들의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편지 전달이 가장 학생답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시위가 목적이 아니라 답답한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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