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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보장성 강화후 고가약, 고가검사만 늘었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2-06-16 06:55:55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 "복지부 본인부담 경감 사후평가 전무" 비판

정부가 시행중인 중증질환자 보장성 강화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환자 본인부담금을 낮춰주기 보다는 고가약, 고가 의료시술을 받아 돈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결과를 갖고 왔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5년 암환자의 본인부담금을 20%에서 10%로, 2009년에는 10%에서 5%로 낮추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는 1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성과와 미래'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권순만 교수
이 날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정부의 암 보장성 강화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책 도입 전후 9년에 걸친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었다.

권 교수팀은 2002~2010년 건강보험공단 급여자료에서 암환자 자료를 중증질환으료 분류되는 간 질환자, 경증질환으로 볼 수 있는 폐렴 환자의 자료와 비교했다. 이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비로 진행됐다.

그 결과 정책 도입 후 암환자는 간 질환자에 비해 입원, 외래 이용이 증가했고 폐렴환자 보다 입원은 줄었고 외래는 늘었다.

또 간 질환과 폐렴보다 암환자가 소득 대비 과도한 의료비 부담의 발생이 줄었다. 소득이 높은 층보다 낮은층의 의료이용이 더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의도한 바로 정책의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암환자 부담금 5%지만 비급여 급속도로 증가"

하지만 이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했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전 원장(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정부 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비싼 항암제를 쓰는 다국적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암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정할 때 정책 결정을 하면서도 근거자료가 전혀 없었다. 본인부담금을 10%로 줄였을 때도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분석해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후평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보의연에 있으면서 그런 문제점들을 봤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는 1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성과와 미래'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허 전 원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박사가 진행한 암환자 보장정책 효과 연구결과를 예로 들었다.

공단 자료를 중심으로 암환자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2005년 1조 5000억원에서 2011년 약 4조로 3배 가량 늘었다.

허 전 원장은 "현장에서 느낀 그대로를 말하면 고가 항암제, 고가 영상촬영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4조라는 돈이 대부분 그리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환자를 케어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부분에서는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암 보장성 강화 정책이 무엇을 보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4조라는 돈이 결국은 다국적 기업한테 다 간 셈이다. PET촬영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고 꼬집었다.

권순만 교수도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장성강화 정책이 환자가 지불하는 총 진료비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한계점으로 인정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원장도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급여 부분은 수십년간 고민했는데 별 대안은 없다. 상급병실료 같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서비스는 급여로 전환하고 선택적 서비스는 환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상급병실료는 기준병실의 80%로 하되 입원료는 인상해야 하고,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선택진료비는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신 병원별로 성과에 따라 차등보상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다. 앞으로 정책을 처음 목표대로 제대로 달성했는가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암환자는 본인부담이 5%인데, 비급여는 100% 부담한다. 이들이 더 많은, 제대로 된 혜택을 보고 있는지,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과는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과장은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앞으로 보장성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특정 암종의 경우는 생존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의료비가 들어가 만성질환, 희귀질환과 차이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등을 고민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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