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②|송명근 일병 구하기 급급했던 복지부-건국대병원
한시적 조건부 비급여 1호.
정부가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수술법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CARVAR, 카바)'에 준 기회다.
3년 동안 신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 수술비를 비급여로 받는 것이다.
결과는 '실패'다.
보건복지부는 3년하고도 5개월이 더 지나서야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폐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카바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보건의료연구원의 수술 중단 건의도 듣지 않았고, 시술자가 고시를 위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카바수술이 뭔지 용어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그 기간동안 수백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다.
복지부는 '조건부 비급여'라는 새로운 제도의 안착, 신의료기술 보호에만 신경 쓴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전성, 유효성 논란에 끊임없이 휩싸인 송명근 교수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건국대병원도 마찬가지.
복지부, 산하기관 건의 무시하고 고시위반에도 무반응
한국보건의료원은 2010년 카바수술에 대한 후향적 연구를 실시하고 안전성이 기존 수술보다 낮으니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산하에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했다.
전문가 자문단은 보의연의 연구결과와 송 교수의 주장을 다시 검토했지만 안전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단은 수술 중단이 아니라 남은 조건부 비급여 기간동안 전향적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복지부는 같은해 6월 전향적 연구를 할 때만 비급여를 산정할 수 있다고 고시를 한층 강화했다.
그리고 다시 심평원 산하에 카바수술관리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관리위원회는 전향적 연구를 위해 적응증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송명근 교수는 이에 불복하며 신의료기술 신청 철회, 카바수술을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이름을 바꿔 보험급여로 청구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스스로 고시를 위반하고 있다고 고백한 셈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애써 모른척 했다.
"신의료기술 용어부터 바꿔야"
복지부의 신의료기술 감싸기에 급급한 어정쩡한 태도에 일각에서는 '신의료기술'이라는 용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어떻게 검증받아야 할 치료법에 신의료기술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신의료기술이라는 명칭은 마치 최신 치료법이라는 인식을 주기 충분하다"며 "무분별하게 시행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신의료기술에 대한 용어를 '예비 신의료기술', '검증 신의료기술'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의료기술은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발전과정의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최첨단 의료기술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은 "카바수술은 단순히 한 사람의 새로운 심장수술법 안전성 논란이 아니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함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는 교재"라고 못 박았다.
송명근 교수 감싸기에만 급급하는 '건국대병원'
건국대병원은 2010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송명근 교수를 감싸고, 피어리뷰를 한 같은 병원 동료교수를 해임했다.
병원의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해임된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취소 소청심사 청구를 해 이겼고, 건국대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으로 맞섰지만 결국 패소했다.
전향적 연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건국대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도 제 역할을 못했다.
IRB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독립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지난해 7월 전향적 연구를 위한 연구계획서를 IRB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건국대병원 IRB는 연구계획서 중 환자 동의 부분 등에 대해서만 심사를 했고, 주요 논란 대상인 적응증 부분은 심평원 카바수술관리위원회 결정만 바라보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에 송명근 교수는 "전향적 연구계획서는 이미 병원 IRB 승인을 받았는데 (카바수술관리위원회가) 수술 적응증을 대폭 축소하면 계획서를 다시 승인받아야 한다. 5~6개월이라는 시간이 추가적으로 걸린다"고 주장했다.
IRB의 중요성은 2006년 황우석 사태를 통해 부각됐다. 당시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윤리적으로 감시, 감독해야 할 서울대 수의대 IRB가 황 박사와 친분있는 인사들로 가득했다. 독립성을 잃은 것이다.
이에따라 서울대 수의대 IRB는 황 박사의 의도대로 줄기세포와 연구소 운영에 관련된 사안들을 추인하는 형식적인 기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논란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이후 서울대의 대처를 보면 건국대병원의 송 교수 감싸기와는 정 반대다.
당시 서울대는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황우석 교수 연구 의혹에 대해 전면 조사했고, 파면 처분을 내렸다. 건국대병원이 삼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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