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자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은 병원, 수술 이후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전화상 처방 지시만 한 대학병원에 대해 1심과 달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최근 A병원과 B대학병원은 위궤양 천공과 복막명으로 사망한 Y씨 유가족에게 각각 6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서울고법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해당 병원 의료진들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A병원 의료진은 2008년 1월 경 Y씨가 위내시경 검사상 유문부 궤양 천공이 있고, 복강내 장파열에 의한 복막염이 의심되자 시험적 개복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Y씨는 복통이 줄어들었고, 당시 하고 있는 일을 보름 후 마무리해야 한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그러자 A병원은 일단 환자를 입원시킨 후 항생제 등을 투여하며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다.
환자는 몇일 후 증상이 완화됐지만 다시 복통이 심해지고, CT 촬영 결과 유리공기를 동반한 우측 장간막에 증가된 음영이 관찰되자 개복술에 들어갔다.
A병원 의료진은 개복 결과 이미 괴사가 상당히 진행돼 천공 및 출혈 부위를 찾아내기 어렵게 되자 2차 수술을 위해 수술을 종료했지만 출혈이 계속되자 기관삽입 상태에서 B대학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B대학병원은 출혈과 천공을 동반한 급성 십이지장 궤양 진단을 내리고, 2차 수술을 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천공 부위를 찾을 수 없어 비위관을 삽입한 다음 공기를 주입한 결과 공기가 장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자 이미 천공 부위가 막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수술을 종료하고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긴 직후 수면요법 중에도 머리를 흔들며 불안정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담당 의사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이를 보고하자 수면안정제를 정맥주사하라고 지시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중환자실 간호사가 재차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85~88%로 떨어지고, 불안정한 증세를 보인다고 전화로 보고하자 신경안정제를 투여하라고 지시했을 뿐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환자가 이후에도 열이 나고, 생체활령징후가 불안정하다는 간호사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직접 관찰하지 않은 채 전화상으로만 처방 지시를 했다.
환자는 결국 뇌사 및 식물인간 상태에서 치료받다가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병원과 B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서울고법은 "A병원 의료진은 환자가 수술을 거부해 부득이하게 보존적인 치료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세밀한 관찰 및 추적검사를 통해 상태가 악화되는 기미가 있으면 즉시 수술적 치료를 권유, 시행했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백혈구 수치가 정상 범주를 벗어나 있었지만 환자의 주관적 증세에만 의존한 채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았고, 가족들에게 재차 수술을 권유하지 않아 치료 적기를 놓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차 수술을 한 B대학병원에 대해서도 일부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2차 수술 과정에서 1차 수술에서 발생한 출혈을 조절하는데 성공했지만 정확한 천공 부위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을 마침에 따라 보다 세밀한 관찰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2심 법원은 "담당 의사는 환자가 머리를 흔들고, 산소포화도 저하 등 불안정한 증세가 나타났지만 검사나 협진을 의뢰하지 않았고, 한번도 직접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상으로만 처방 지시을 내린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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