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3일 일요일 새벽 5시 50분.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750M죠. 거친 바람과 눈발이 상당하네요. 적막을 뚫고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오늘 산행은 악천후로 진달래 휴게소까지만 가능합니다."
이런.. 순간 김이 팍 샜습니다. 그래도 산행 도중 날씨가 좋아지면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안내원의 얘기를 듣고 첫 발을 내딛습니다. 한 줄기 희망을 갖고 말이죠. Go Go Go~!
시작부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경관이 펼쳐집니다. 코스도 완만해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봉 한라산의 겨울 모습을 잠시 감상해보시죠. 절대 엽서가 아닙니다^^.
2시간 쯤 오르니 바람이 거세집니다. 마치 웅장한 파도소리와 흡사한 소리가 납니다. 이곳이 산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낍니다.
거목이 쓰러져 있습니다. 바람이 세긴 센가 봅니다.
정상까지 길을 안내해주는 빨간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렸습니다. 차분히 저의 산행을 인도해줍니다. 올레길을 연상시킵니다.
눈이 발목을 덮을 정도로 많이 왔습니다. 겨울산행에는 아이젠이 필수입니다.
산행 3시간 30분째. 조금 힘드네요. 나무에 기대봅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걸었습니다. 1시간 쯤 지났을까요? 드디어 진달래 대피소가 눈앞에 보입니다.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서 12시까지 도착해야하는 곳이죠. 해발 1500미터 입니다.
순간...
한라산에서 가장 멋진 경관이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사진입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바람결대로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얼마나 바람이 센지 또 추운 곳인지 새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저의 산행은 이곳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기상 악화로 정상으로 가는 길이 통제됐네요. 아쉽습니다.
한라산 정상 등반. 선택받은 자만 갈 수 있다는 말이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이날 하늘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자, 이제 한라산을 등반한 목적을 수행해야겠습니다. 주섬주섬 등산가방에서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 꺼냅니다. 펼치겠습니다. 두둥~.
"Fighting MD(Medical Doctor), 메디칼타임즈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플래카드가 똑바로 펴지지 않았네요. 애교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플래카드 양 쪽 끝을 잡아주신 그날 처음 만난 등산객 여러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상을 못 간 아쉬움은 있었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어김없이 멋진 한라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죠?
보너스 사진입니다^^ 성산 일출봉에서 보이는 망망대해입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시죠? 새해에는 이 바다처럼 기분 좋은 일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메디칼타임즈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2013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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