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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국산화 때 놓치면 중국에 밀린다"

정희석
발행날짜: 2013-06-04 06:40:38

오창현 연구회장 "과거 개발 경험 있고, 기술력 확보"

'영상의학의 꽃'으로 불리는 고가 의료기기 'MRI'(자기공명전산화단층촬영장치)는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대표적인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대학병원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대부분 GPS(GEㆍPHILIPSㆍSIEMENS) 그룹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영상진단기기 중 초음파진단기ㆍ디지털 X-ray가 이미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과의 격차를 대부분 좁힌 반면 MRI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2년 창립된 'MRI연구회'(회장 오창현ㆍ고려대 전자ㆍ정보공학과 교수)는 공학자와 물리학자는 물론 대학병원 의사들까지 참여해 MRI 국산화를 위한 효율적인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3일 고대 안암병원 생명과학관에서 만난 오창현 교수는 "MRI연구회는 국내 유일의 MRI학회인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KSMRM) 회원 중 MRI 산업화에 관심 있는 의사, 물리학자, 공학자는 물론 삼성전자, 아이솔테크놀로지, 사이메딕스 등 업체들이 참여해 MRI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공학자들 중심의 기술개발에 집중해왔던 여타 연구회와 달리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까지 참여해 다양한 응용연구를 펼치고 있는 점이 MRI연구회의 가장 큰 특징.

오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의사, 연구자, 의료기기업체가 참여한 MRI 명품화 포럼을 개최하고, 공동의 과제기획모임도 가졌다"며 "이를 통해 MRI 국산화를 위한 연구방향과 제품개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학은 기본이고 물리, 화학, 기계, 전자, 생물학 등이 총망라된 하이테크 융ㆍ복합 기술을 요하는 고자장 MRI 국산화는 과연 가능할까?

한국은 많은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고, 연구개발 경쟁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오 교수의 견해.

그는 "1980년대 초부터 한국은 이미 세계 MRI 기술개발과 비슷한 속도의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KAIST 조장희 교수팀을 필두로 1982년 0.15T를 시작으로 1985년 2.0T까지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최초거나 1년 이상 뒤지지 않은 MRI 기술개발 성과를 갖고 있었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 연구자는 세계 최대자장 Whole Body MRI 시스템 등 여러 번의 세계 최초 MRI 개발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이 같은 가능성이 MRI 국산화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함께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 활성화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소의료기기업체는 중급 MRI를 판매하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고,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자장 MRI 시스템을 개발 중이지만 전문인력 수급부족으로 MRI 연구개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따라서 "대기업ㆍ중소기업 각자가 할 수 없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국내 연구자들을 대거 참여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RI 분야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 역시 요구된다.

오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300억~5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MRI용 초전도자석개발 프로젝트 5건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했고, 지멘스 역시 1년에 약 300억원이 소요되는 MRI 연구비 절반을 정부가 보조했다.

따라서 정부가 MRI 국산화를 위해 필수부품인 초전도자석 개발을 보조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창현 교수는 "국산 MRI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대기업이 있고,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 분위기도 조성된 만큼 지금이 바로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MRI 국산화를 위한 시도와 준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만약 지금 기회를 놓치면 한국은 조만간 중국산 MRI 장비를 수입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며 "의료진과 공학자, 의료기기업체가 합심해 MRI를 국산화할 수 있도록 MRI연구회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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