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사들의 약 바꿔치기, 일명 '청구 불일치'에 대한 서면조사 대상을 대폭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약 바꿔치기' 사안에 대한 의약계 대립은 오히려 거세지는 모습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16일 "약국 간 거래는 약사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심평원의 공급-청구내역 통계 시스템에서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감안하기로 감사원 등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실제 약사법 시행규칙에는 의사가 처방한 약이 없으면 다른 약사에게 해당 약을 살 수 있다고 돼 있다. 약국 간 거래가 법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약계는 약국 간 거래 금액이 소액이면 관행상 영수증이라는 근거를 남기기 어렵다는 주장을 해왔다. 심평원도 이를 인정하고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약국 간 거래를 인정하는 기준 폭에 따라 서면조사 대상이 기존 1만 3437개소 중 상당수가 조사 대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구불일치 논란의 시작, 심평원의 '전수조사'
이번 논란의 시작은 심평원이 지난해 전국 약국 2만여곳을 대상으로 의약품 공급내역과 약국 청구내역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를 공개하면서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09년 2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2년치 청구내역이다.
공급-청구내역 불일치는 제약사나 도매상에서 약국에 납품한 의약품 내역과 실제 약국에서 나간 의약품 내역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청구 내역대로 약이 나갔으면 공급량에서 청구량을 뺀 숫자와 약국 내 재고 숫자가 딱 들어맞아야 한다. 하지만 전수조사 결과 10곳 중 8곳 꼴인 1만 6000곳이 약 바꿔치기를 하고 있었다.
심평원은 부당금액과 비율, 고의성 여부 등을 잣대로 ▲현지조사 738곳 ▲현지확인 2128곳 ▲서면조사 1만 3437곳 등 세 그룹으로 분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워낙 약 바꿔치기 대상이 많다보니, 심평원은 '서면조사'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금액이나 건수를 봤을 때 내용이 경미하면 우편과 인터넷을 통해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
7월 현재 현지조사는 모두 끝냈고, 현지확인은 절반 정도 진행한 상황이다.
하지만 약계는 심평원 분석 기법의 신뢰성 등을 문제 삼으며 강력 반발했다.
▲제약사나 도매업체의 공급내역 보고 부정확 ▲폐업한 약국과 거래 ▲유효기간 임박에 따른 의약품 폐기 등으로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의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료계 "약국 조제내역서 발급 의무화가 답"
하지만 약계의 거센 반발을 지켜보는 의료계의 눈은 곱지 않다. 사실 '싼약 조제 비싼약 청구'가 관행적으로 이어져왔고 그 실체가 완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환규 회장이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대한의원협회를 비롯해 전국의사총연합, 민주의사회, 의료와사회포럼 등 의료계 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약 바꿔치기를 비판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싼약 조제 후 비싼약 청구는 약사 스스로 자신의 직능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며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따로 없을 정도로 진정 약사라는 직업이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맹비난했다.
전의총은 심평원 처벌을 경감해달라며 약사회가 로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약국 조제내역서 발급 의무화를 주장했다.
전의총은 "심평원 고위직에 근무하다가 퇴임한 한 약사가 재직할 당시 약사들 처벌을 경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고 지적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노환규 의협회장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약 바꿔치기 비판에 가세했다.
노 회장은 "의사가 처방한 약이 환자도, 의사도 모르게 다른 약으로 바뀌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이 문제에 의사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환자가 무슨 약을 먹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조제내역서 발행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공세에 약사회는 병의원들도 주사제 등의 청구불일치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의료계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만 매몰돼 있어 대화 파트너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주사제를 포함한 의약품 처치에 쓰인 소모품까지 청구불일치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