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 침체기에 빠져든 대학병원들이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병원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병원계에 따르면 대학병원마다 예산이 많이 드는 공사를 올스톱하거나 최소경비로 진행하는 등 긴축재정 방안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상당수 대학병원이 환자 감소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 CT MRI 수가 인하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게 병원계의 전언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몇일 전 서울대병원 오병희 병원장은 전 직원들에게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각 부서별 10% 경비절감 방안 제출 요구에 이어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심장뇌혈관병원 건립 속도를 늦추고 진료 공간확보를 위한 지하공사는 올스톱했다.
삼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기존 추진 사업은 그대로 이어가지만 내부적으로 절약모드에 돌입했다.
삼성서울병원 한 보직자는 "지금까지 식사를 하면서 회의를 했던 것을 이제는 회의만 한다던지, 회식을 간소화하는 등 가능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외래진료실 앞에서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음료수 서비스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신환 창출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한 교수는 "얼마 전 교수들을 불러놓고 병원 경영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환자진료에 신경 써줄 것을 당부했다"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요즘 분위기가 안좋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지난해부터 환자가 감소한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면서 "그 여파가 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고대안암병원, 순천향대병원, 중대병원 등 다수의 대학병원도 긴축재정에 들어간 것은 마찬가지다.
고대안암병원 한 보직자는 "지난해부터 적자폭이 심각해졌는데 올해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고, 중대병원 모 교수는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당초 계획했던 사업계획을 추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순천향대병원은 얼마 전 각 진료과 의료진에게 치료재료를 절약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했다.
순천향대병원 모 교수는 "최근 병원장이 교수들을 불러모아 병원 통장 잔고를 보여주면서 내년 인상하기로 했던 연봉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하더라"면서 "요즘 분위기는 정말 심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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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대학병원 사정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경북 A대학병원은 오는 8월부터 진료실적에 따라 월급을 줄이기로 했다.
의대교수 연봉에는 진료수당 20%가 포함돼 있는데 진료실적이 부진한 교수들에게는 이를 제하고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A대학병원 한 의료진은 "이제 진료실적이 없으면 월급이 깎이게 생겼다"면서 "교수들 불만이 만만치 않지만 병원경영 상태가 워낙 안좋다보니 딱히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민간 대학병원에 비해 진료비 부담이 낮은 공공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윤강섭 병원장은 지난 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소액에 불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작은 부분이라도 예산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은 최근 병원 경영 악화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4대 중증질환 강화 등 정책으로 재원이 부족해지면 결국 대학병원을 쥐어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한 보직자는 "10년 전부터 무모하게 규모만 키워온 게 문제"라면서 "조만간 대학병원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기침체에 따른 환자 감소보다 더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제도적으로 대학병원을 압박해오는 것"이라면서 "대학병원도 생존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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