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정액제 적용구간을 2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개원의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액 적용구간을 현행 1만 5천원에서 2만원으로 소폭 인상시킨다해도 수가 인상으로 인해 몇 년만 지나면 현재와 같은 문제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2일 일선 개원의들에게 문의한 결과 노인 본인부담 정액제의 개선에는 찬성을 하지만 정액제 구간의 상향 조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외래본인부담 정액제도는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때 총진료비가 1만 5천원 이하면 정액제를 적용, 1500원만 내도록 한다.
그러나 만약 총진료비가 1만 5000원을 초과하면 정률제를 적용해 총 진료비의 30%를 환자가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즉 총 진료비가 1만 5천원에서 10원이라도 더 나오면 환자는 1500원의 3배인 4500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개원의들은 주로 청구 누락 등의 편법으로 진료비를 1만 5천원 언저리로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구에서 마취통증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개원의는 "오전 7시부터 오는 노인 환자들이 많아 초진 진찰료에 야간 할증을 붙이면 1만 6420원이 나온다"면서 "이런 경우 노인 본인부담금이 1500원에서 4900원으로 3배 이상 뛰기 때문에 할증을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렇다고 잠이 별로 없는 노인 환자분들을 야간 할증이 적용되지 않는 오전 9시 이후부터 오라고 할 수도 없다"면서 "재진 환자의 경우도 기본 물리치료에 주사만 놔도 1만 5천원 구간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지방은 1500원이 넘는 본인부담금을 내라고 하면 노인들이 '도적놈' 소리까지 하며 역정을 내기 일쑤"라면서 "대부분 주사 등 일부 청구 항목을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수납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액 구간에 따른 문제들은 결코 금액 상향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
A개원의는 "어차피 정액 구간을 2만원으로 상향해 봤자 매년 수가 인상을 생각하면 몇년 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만일 정액 구간을 높이면 더욱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2만원 기준으로 정액 기준 상향시 19900원까지는 환자가 1500원만 내면되지만, 2만원이 넘어가는 순간 30%의 본인부담금을 내면 기존 1500원의 4배가 넘는 6천원을 내야 한다는 것.
그는 "기존보다 환자의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의 정액제 구간 상향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차라리 소아처럼 65세까지는 30%, 70세까지는 20%, 75세 이상은 15%의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나이별 차등 정률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과의사들 역시 정액 구간 상향은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많았다.
대한안과의사회 김대근 회장은 "물리치료를 하는 지방의 개원의들만 정액제에 따른 피해를 보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오히려 안과의사들도 정액제에 대한 피해가 크다"면서 "안과의사회는 10년 전부터 정액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과에선 초진이든 재진이든 시력검사나 안압 등 검사 하나만 추가하면 모두 1만 5천원 구간을 넘어선다"면서 "1500원을 내던 환자에게 4500원 이상을 내라고 하면 한마디로 전쟁이 난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70살이 넘은 노인들에게 본인부담금 제도를 설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정액제 제도 자체는 개원의들과 노인환자를 싸움 붙이는 제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일반 경증 환자에는 정액제를 폐지하고 진료비가 많이 나오는 환자들에게는 할인을 적용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
그는 "매일 오는 경증 환자들에게는 굳이 정액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오히려 중증으로 진료비가 많이 나온 환자들에게는 일정 구간 이상 진료비가 나오면 할인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모 개원의사회 임원도 "정액제 구간 상향보다는 정률제 적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나이별로 65세에서 70세는 3천원, 70세 이상은 2천원과 같은 나이별 차등 본인부담금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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