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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 부족한 미국 치료재료 가격 왜 올리나"

박양명
발행날짜: 2013-08-28 06:08:58

정부-시민단체 의견 팽팽…건정심 의결 결국 '불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만들어진 '독립적 검토기구' 영향으로 정부 산하 기구가 결정을 번복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근거에 따라, 절차에 따라 처리한 일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골절 고정에 사용되는 치료재료 금액 10% 인상안을 심의, 의결했지만 재논의 하기로 했다.

해당제품은 미국 의료기기 회사 아큐메드가 제조하는 아큐트랙 스크류(Acutrack Screw)로 작은 뼈 골절 고정에 사용하는 고정나사다. 이는 국내 준영 메디칼이 수입,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가 해당 제품에 대한 가격 조정신청을 2번이나 기각했는데, 독립적 검토위원회의 조정안이 나온 후 기각 결정을 번복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데에서 나왔다.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는 치료재료의 급여, 비급여 여부를 논의하는 복지부 산하 기구로서 사실상 건정심 직전 단계다.

아큐트랙 스크류는 2011년 치료재료 재평가에 따라 지난해 1월 상한금액이 18만1820원에서 12만8640원으로 인하됐다.

이에 준영 메디칼은 금액 상향조정을 신청했으며 치료재료전문평가위는 입증자료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불인정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하고 지난해 8월 다시 추가 가치 인정 및 수입원가를 고려해서 금액 인상을 요청했지만, 전문평가위는 역시 기각했다.

재평가 기준 및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업체는 끈질겼다. 결국 심평원에 독립적 검토 절차를 요청했다. 치료재료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논문 3편도 함께 제출했다.

독립적 검토절차는 의약품 및 치료재료의 보험급여 여부 등에 대해 신청인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복지부와 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독립된 기구가 검토하는 제도다.

독립적 검토기구는 "수입원가를 반영해 상한금액을 올려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체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지난 6월 다시 열린 치료재료전문평가위는 아큐트랙 스크류 상한금액 10% 인상을 최종 결정했다.

업체가 제시한 임상적 유용성 입증 논문 3편과 근거자료에 대한 정형외과학회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다.

최종의결 기구인 건정심은 아큐트랙 스크류 상한금액을 현재보다 10% 올리기로 했다.

"업체 제출 논문 근거 부족"

이에 시민단체는 업체가 제출한 논문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전문평가위원회가 독립적 검토기구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의뢰해 받은 검토자료에 따르면 업체측이 제시한 3편의 논문은 가격인상의 근거로 삼기에는 학술적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2편은 다른 관절고정장치와의 비교논문이 아니라 아큐트랙 스크루에 장점이 있다는 사례 보고서다.

나머지 한편은 논문의 규모있는 비교임상연구가 아니라 아일랜드 의사 1인이 자신의 수술경험을 비교해 홍콩 의학저널에 기고한 것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독립적 검토기구가 없었으면 가격 인상안이 번복돼서 올라올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학술적 가치가 없는 논문 3편을 근거로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적 검토기구가 한국정부의 결정을 번복하고,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정부는 절차와 근거에 따라 결정한 사안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독립적 검토 결과 후 치료재료평가위원회 재심의 시 독립적검토 결과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추가논문 제출 및 관련학회의 가치인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고려해서 상한금액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단체와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건정심은 향후 재논의 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는 "아큐트랙 스크류 관련 논문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향후 재논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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