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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자서명 되지 않은 의무기록 고쳐도 무죄"

안창욱
발행날짜: 2013-12-17 12:00:27

의사, 간호사 의료법 위반 상고 기각 "개인정보 변조 아니다"

전자서명이 되지 않은 전자의무기록에 일정한 사항을 수정하거나 추가한다고 해서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A병원 응급실 의사 K씨와 P씨에 대해 항소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K씨는 2008년 8월 23일 계단에서 떨어져 두부열상을 입고 내원한 환자에 대해 두부 CT 촬영을 한 후 열상 부위 봉합을 하고, 다음날 새벽 1시 경 퇴원하도록 했다. P씨는 당시 A씨를 보조했다.

하지만 환자는 당길 오후 5시 경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이 돌아가는 등 뇌출혈 증상을 보여 다른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 뇌수술을 받았지만 사망했다.

그러자 K씨는 8월 29일 병원 전자의무기록 관리시스템에 접속, 전자펜으로 환자에 대한 전자진료기록 말미 부분에 '지연성 뇌출혈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하고, 오심, 구토 증상이 있으면 대학병원에 가라고 함'이라는 내용을 가필한 후 자신의 전자서명을 했다.

P씨 역시 병원 전자의무기록 관리시스템에 접속, 전자간호기록부 말미에 있던 내용을 삭제한 후 그 아래에 이어서 '두통이 계속되고 오심이 심해지면 신경외과가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설명함'이라고 가필한 후 자신의 전자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정상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환자의 개인정보변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은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룰 탐지하거나 누출, 변조 또는 훼손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피고인들의 가필 내용이 진실한지 여부를 떠나 진료기록과 간호일지 내용을 고친 것에 불과할 뿐 개인정보를 고친 게 아니므로 의료법에서 규정한 개인정보를 변조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다시 말해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인정보의 범위를 고법과 달리 해석했다.

대법원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에는 환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식별정보 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진단, 치료, 처방 등의 의료내용에 관한 정보도 포홤된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대법원은 "환자를 진료한 의료인은 의무기록 작성권자로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기재를 위해 사후에 자신이 작성한 의무기록을 가필, 정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한 의료인이 그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의료내용 중 일부를 추가 수정했다고 하더라도 변조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의사인 K씨가 추가 기재했다는 종전 전자의무기록에는 환자의 인적사항과 의료내용만이 저장되어 있었을 뿐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되어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서명법에 따른 규정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하는데 K씨이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변조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P씨 역시 "서울고법이 개인정보를 개인식별정보에 한정해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공소사실의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결론에서 정당해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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