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에게 가장 필수적인 장비가 바로 초음파 기기입니다. 진단뿐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도 중요한 장비입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외과의사들은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애가 탔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다 싶어도 CT를 찍지 않고서는 혈관에 피가 고였는지 기흉인지, 간에 손상을 입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환자의 속을 보는 일이 한 손을 거치다 보니 메스를 잡는 시간도 더뎠다.
영상의학과의 손을 빌려 영상 촬영을 하는 사이 돌연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에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외과의사에게 초음파란 '제 2의 시각'이란 설명보단 오히려 '제 1의 시각'이란 표현이 더 알맞을지 모른다.
"한 손에 프로브, 한 손에 메스"
초음파 기기의 소형화와 해상도의 향상 등 기술 발전이 외과의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고 있다. 요즘 외과의사들은 메스를 쥐는 때보다 오히려 프로브(초음파 기기의 탐촉자)를 쥐고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학술대회를 개최한 외과초음파연구회는 몰려드는 외과의사 사이에서 초음파 기기의 위상을 새삼 확인했다.
18일 외과초음파연구회 박해린 총무이사(강남차병원 유방 갑상선외과 교수)는 "이제 외과 쪽도 청진기에서 초음파 시대로 넘어갔다"면서 "외과의사에게 초음파란 제 2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외과의사들은 응급환자가 갑자기 들어오면 일단 CT 영상을 봐야 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서 "CT를 찍다가 환자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영상의학과의 도움 없이도 간이나 비장이 손상 입었는지 혈관에 피가 고였는지 기흉인지 환자 상태를 그 자리에서 확인하며 수술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그는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손쉽게 폐에 물이 찼는지 공기가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처치도 할 수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외상 외과 전문의나 중환자 전문 외과의사에게 초음파 장비는 수족이나 다름 없다"고 밝혔다.
실제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의사들에게는 장비가 나타내는 이미지와 해부학적 이미지의 매치를 통해 병리 진단에 대한 정보 판단과 습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리다.
이런 관심 덕분에 지난 해 창립식을 가진 외과초음파학회는 불과 1년 새 600명의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이사는 "초음파를 이용한 수술이 급증하면서 초음파에 익숙하지 않은 외과의사들의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 역할에 맞게 초음파를 이용한 최소침습과 최소 절개 수술에 초점을 맞춰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초음파 기기의 외과용 활용을 극대화 하기 위해 ▲혈관세션에서는 하지정맥, 대동맥, 경동맥 초음파 검사법을 ▲직장/항문세션에서는 항문·직장 초음파를 ▲중환자 세션에서는 흉부외상과 복부외상의 초음파 등을 다뤘다.
그는 "미국 갑상선 학회에 가보면 초음파 관련 강사가 외과 출신이 꽤 보인다"면서 "(초음파를) 수련 받는 외과 의사가 증가하는 것을 볼 때 한국에서도 이런 경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메스만 들었던 연세 드신 선배들도 임상에서 할 요량으로 초음파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다"면서 "최소침습 뿐 아니라 시시각각 바뀌는 응급상황에 맞춰 바로 대처할 수 있는 강의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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