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설명회 형식을 갖춘 동문회에서 제약사가 접대한 식사를 한 의사가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B병원을 운영중인 정형외과 전문의 A씨에게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C의대 동문회 총무인 A씨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인 2011년 1월 D제약사로부터 제품설명회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식비 200만원을 식당에 사전 결재했다는 영수증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제품설명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식대 200만원이 자사 의약품 채택, 처방 유도 등의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한 리베이트라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복지부는 A씨에 대해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했다.
하지만 A씨는 "동문회 총무로서 D제약의 요청에 따라 동문회 회원들에게 제품설명회를 여는 것을 허락한 것이며, 동문 3~4명이 예고 없이 부인을 동반했지만 이는 본인의 책임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A씨는 "D제약이 제품설명회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인이 아니라 제약사의 책임이며, 식음료를 제공한 것을 처방사례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D제약이 식당에 선결재한 200만원 중 170만원이 실제 식비로 나갔고, 참석자 1인당 제공받은 식음료가 10만원 이하여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사실 확인 결과 D제약 영업사원은 C의대 동문회에서 제품설명회를 하도록 해 주면 식대를 부담하겠다고 제안했고, A씨는 D제약 법무팀으로부터 이같은 방법이 합법이라는 확인을 받은 후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D제약 영업사원은 동문회 당일 참석하긴 했지만 제품 소개 인쇄물만 돌리고, 제품 설명을 하지 않았다.
D제약 영업사원은 검찰 조사에서 "제품설명회를 하려고 했지만 당시 인사에서 좌천되는 바람에 회의감이 들어 15분간 인쇄물만 나눠주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동문회가 식음료 제공이 허용되는 제품설명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동문회 개최 일시, 장소, 일부 의사들이 부인을 동반한 점에 비춰보면 D제약이 주도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개최한 게 아니라 동문회 차원의 의례적 모임으로 볼 여지가 있고, 참석자들은 D제약사 약에 관심이 있어서 온 게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법원은 "이 사건 모임이 동문회와 제품설명회를 겸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료법 시행규칙상 식음료 제공이 허용되는 제품설명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에 따르면 제품설명회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개최하는 것만을 의미하며, 보건의료인의 모임 등에 필요한 식음료를 지원하기 위해 개최하는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법원은 2개월 면허정지처분이 너무 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D제약이 합법적으로 식대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설명회라는 설명을 믿고 받아들인 것이고, 동문회에서 인쇄물을 배포하는 등 제품설명회 형식을 일부 갖췄으며, 당시 리베이트 쌍벌제를 위한 의료법 조항이 신설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무엇보다 A씨는 동문회 총무로서 참가했을 뿐이며, D제약의 식대 제공으로 얻은 이익이 10만원을 넘지 않는 소액"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개월 면허정지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했다"면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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