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업무량은 9년 전에 비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OECD 건강통계(OECD Health Statistics 2013) 자료와 지난해 보건복지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2002년 대비 2011년 전공의 수급 대비 업무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모집정원은 2002년 2973명에서 2011년 3550명으로 19.4% 증가했으며 전문의 시험 합격자도 2002년 2819명에서 2011년 3137명으로 9년새 11.3% 늘었다.
전공의 증가세만 보면 수련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공의 수와 OECD 건강통계에 제시한 외래 및 입원 진료현황을 분석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2002년 인구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10.6건에서 2011년 13.2건으로 약 32.7% 늘었으며, 인구 10만명당 입원진료 또한 2002년 8901건에서 1만 4739건으로 76.5% 급증했다.
다시 말해 전공의 수급이 환자들의 병원 이용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수련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공의들이 체감하는 업무강도는 여전히 높다는 것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전공의, 여전히 환자 안전을 담보로 진료"
그렇다면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의료진은 회의적이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수련을 중도 포기하겠다며 자신을 찾아온 전공의를 보며 새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해당 전공의는 응급실 진료나 야간당직으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다며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의 얘기를 들은 교수는 전공의를 겨우 다독여서 돌려보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다른 대학병원의 수련실태를 파악해보니 서울대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주째 응급실 콜을 받으며 당직을 서고 있었던 것.
그는 보름 가까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전공의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전공의들은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게 사실이다.
급증하는 병상·환자 수…수련환경은 더 열악
더 문제는 병원의 환경 변화와 전공의 수급정책이 반대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학병원은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계속해서 병상 수를 늘려왔다. 병상이 늘어난 만큼 입원 환자도 크게 증가했다.
전공의가 주로 입원환자 진료를 맡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매년 급증하는 입원진료 증가율은 고스란히 전공의 업무 과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전공의 수를 감축하고 있으며 특히 외과, 흉부외과 등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한 기피과는 더욱 업무강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지난 수년간 대학병원이 병상 규모를 확장하면서 입원환자도 늘어나 전공의 한명이 맡아야 할 환자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자연스럽게 전공의들은 수련보다는 진료에 투입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주당 평균 80시간 근무, 최대 연속 근무 36시간 초과금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 여부는 회의적"이라면서 "전공의 초과근무에 의존해 원가 이하의 수가를 극복하고 있는 병원들이 수가구조의 개선 없이 의료진을 추가로 고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또한 그는 최근 검토 중인 환자안전법에 대해서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환자안전법을 제정, 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중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환자를 진료하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이라면서 "잠도 못자는 전공의가 얼마나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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