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회장이 제기한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마당에 더 이상의 체면치레식 질문은 없었다.
각 후보자들이 정견발표 때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뒤로한 채 서로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 받으며 회장직을 위한 '혈투'를 벌였다.
3일 인천시의사회는 오후 7시 회관에서 제38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통해 각 후보자의 공약 점검과 회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듣는 등 검증 과정을 진행했다.
먼저 자리를 주선한 윤형선 인천시의사회 회장은 "노 전 회장의 불신임 가처분 신청 때문에 그간 선거가 충분히 홍보되지 못했다"면서 "보궐선거가 결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되고 당선이 되던 안 되던 세 후보가 힘을 합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정견발표에서는 이런 당부를 무색케 할만큼 초반부터 '불꽃'이 튀겼다.
먼저 노 전 회장을 겨냥한 박종훈 후보(3번)는 "지금 의협의 가장 큰 문제는 분열정책으로 인해 의원과 병원이 남남이 됐고 젊은 의사가 나이든 의사의 비난도 서슴지 않고 한다는 것"이라면서 "과거 의협은 착한 손 운동을 해서 회원을 두번 죽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비를 낸 유권자가 전체 회원의 30%에 불과할 정도로 의협을 믿을 수가 없다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면서 "목에 칼을 긋고 온몸에 휘발유 뿌려서 하는 이런 방식의 투쟁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태욱 후보(1번)는 추무진 후보를 겨냥했다.
유 후보는 "어제 노 전 회장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이 됐지만 이는 전문가 단체의 자율성을 외부에 맡기는 비굴함을 보인 것"이라면서 "회원들의 분열을 초래한 것에 반성을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런 노 전 회장을 추무진 후보가 선대본부장을 맡긴다는 것은 상식을 어긋난 일이고 현재 새로 구성된 비대위에 집행부가 참여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면서 "이는 김경수 회장 직무대행의 월권행위로 볼 수밖에 없어 중앙윤리위 제소를 촉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추문진 후보(2번)도 줄곧 꼬리표처럼 붙은 노 전 회장의 '아바타'라는 비판에 정면대응했다.
추 후보는 "아바타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알지만 그전에 본인은 노 전 회장이 임명했던 상임이사였기 때문에 정책적 기조를 같이 가야 했던 부분이 있었다"면서 "지역에서 선출되서 일하는 분들도 똑같이 누구의 아바타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분들은 모두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회원들을 위해 희생하며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37대 집행부의 소통 부족 등 버릴 점은 버리고 승계할 점은 승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각 후보자별 질의 응답에는 더욱 날선 질문들이 오갔다.
먼저 유태욱 후보는 추 후보에게 탄핵된 노 전 회장을 선대본부장에 앉힌 이유를, 박 후보에게는 하나된 의협을 강조하면서 과거 회원들을 고소 고발한 이유 등을 따져 물었다.
이에 추 후보는 "가처분 기각은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사법부와 대의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정식 선대본부장 등록은 이번 목요일까지기 때문에 깊은 고민을 해서 처리할테니 그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박 후보는 "의료계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는데도 왜 계속 개원가-병원으로 나누는지 모르겠다"면서 "회원 고소건은 익명 싸이트에서 근거없는 게 지속돼 어쩔 수 없이 6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그중 두 분은 사죄의 뜻을 밝혀 취하한 건이다"고 해명했다.
다음으로 질문 기회를 얻은 추무진 후보는 유 후보에게 의협 회장직에 개원의나 교수 출신 중 누가 더 적합한지를, 박 후보에게는 과거 정치적 행보에 대한 해명과 회장 당선 이후에도 지속할 건인지를 물었다.
유 후보는 "현재 의협 상황에서 회장직에 개원의나 대학교수 중 누가 더 적합하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지도자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고, 본인은 이론과 실제 등 지도자 철학 갖추기 위해 30대 초반부터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네소타대 칼슨스쿨, 의료행정경영학석사와 동 대학 보건대학원을 나왔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과거 안철수 캠프의 정책위원장 한 적이 있지만 이는 박근혜 캠프 등 다른 곳의 정책이 편향성이 있어 중도 보수 정책을 펼치기 위해 들어갔을 뿐이었다"면서 "특별히 정치 운동한 적 없고, 오히려 의협이 정치권에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반격했다.
이어 질문 기회를 얻은 박종훈 후보는 유 후보를 겨냥해 지역 회비를 미납 의혹에 대한 해명을, 추 후보에게는 언제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했는지 물었다.
유 후보는 "질문하려면 팩트를 가지고 하라"면서 "의협 회비 미납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다소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의협회비는 비대위 시절에 다 냈는데 문제가 된 것은 1996년 미국 유학 당시의 회비였다"면서 "1996년과 1997년도에는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시의사회 회비 면제 사유에 해당하지만 선관위가 일단 회비를 내고 절차를 거쳐 환급을 받으라고 해서 낸 것이다"고 반박했다.
한편 추 후보는 "1년 동안 상임이사로 지내면서 의협의 회무를 쭉 봐왔다"면서 "출마에 대해 멘토 역할을 했던 많은 회원들이 있지만 출마는 제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고 회무 연속성을 가지고 일해보자는 게 큰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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