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입법예고나 행정예고를 보노라면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국토부는 교통사고 후유장애인의 재활과 자립능력 향상을 위해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의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국토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건강보험기준에 규정되지 않은 수가 신설' 항목에 한방물리치료 항목이 포함했다.
의료계는 상위 법령인 의료법과, 의료기사법, 그리고 헌법 재판소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즉각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계에 따르면 상당수 의사들이 개정안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토부 자동차운영과에 팩스로 제출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의사들의 의견서 제출을 한낱 '종이낭비'로 치부하고 있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단체로 의견을 주면 되는데 개개인이 똑같은 내용을 여러 장 보내는 것이 올바른 행위인가"라며 "의견서가 많이 들어오는 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종이 아깝게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내용의 의견서가 많이 제출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공통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같은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사들의 의견서를 종이낭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에도 도시계획으로 결정된 종합의료시설 부지 내에 일반병원, 요양병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의 설치를 허용하고 종합의료시설의 편익시설을 확대하도록 하는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22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쉽게 말해 종합병원 부지 안에 일반병원과 한방병원, 메디텔 설립 등을 허용하는 법안으로,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지역의료 수요에 맞는 의료기관을 공급하기 위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일단 국토부가 왜 종합병원 부지의 효율적 활용을 신경쓰는지, 지역 내 의료서비스 공급까지 신경쓰는지 알 수 없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종합병원 부지에 일반병원과 한방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다.
의료계는 종합병원 내에 병원과 메디텔 설립을 허용할 경우 오히려 지역내 의료서비스가 한 곳으로 편중돼 국민의 접근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종합병원 부지 내에 일반병원과 한방병원, 요양병원, 메디텔까지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국토부의 법안은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지적도 높다.
입법예고란 국민의 권리 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 등을 제정ㆍ개정ㆍ폐지하는 경우에 입법안의 취지 및 주요 내용을 미리 예고해 입법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해 국민의 의사를 수렴 반영라는 제도를 의미한다. 즉, 국민의 입법 참여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인 셈이다.
행정예고는 국민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거나 많은 국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항 많은 국민에게 불편이나 부담을 주는 사항 및 기타 널리 국민의 의견수렴이 필요한 정책․ 제도 및 계획을 수립․ 시행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실시하게 돼 있다.
정부에 묻고 싶다. 정부 부처에게 있어 입법예고와 행정예고는 어떤 의미인가.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의견을 제출하면 종이낭비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정예고인가.
심지어 국토부는 행정예고의 근거를 묻자 "복지부로부터 판단을 받았다"고 말한다. 국민의 의견수렴이 더 중요하고 우선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눈과 귀를 열고 국민의, 전문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산업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발 맞추려 하는 각 부처의 충성심(?)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의 영역까지, 그것도 의료계의 의견은 '종이낭비' 따위로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단순한 걱정을 넘어 재앙까지 염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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