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게릭병협회(ALS)가 루게릭병 환자 지원을 위해 지난 6월 말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참가자로 지목된 지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뒤 차기 참가자 3명을 지명하는 식의 자선 이벤트다.
아이스버킷 챌린저 캠페인은 국내 의료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스버킷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의료계 다수 인사들도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참여 소식을 알리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추무진 의협회장과 박종률 의협 의무이사가 의협회관 앞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저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상황과 의협의 행보를 보노라면 과연 의협 회장의 아이스버킷 챌린저 캠페인 참여가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4일과 25일 부산과 울산 등 남부지방에 내린 집중폭우로 12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수해 이후 물폭탄으로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행처럼 물을 뒤집어 쓰는 행동이 적절하느냐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아이스버킷 챌린저 캠페인에 대한 국민적 시선도 예전같지 않게 싸늘해지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이스버킷 챌린저 캠페인 참여 인증 영상을 올렸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반면 박정태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는 아이스버킷 챌린저 캠페인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가 부산 폭우 이후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대신 100달러를 기부키로 했다.
폭우로 고향 팬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저 캠페인에 나서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수장이 기자들까지 모아 놓고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물폭탄으로 국민이 죽고 다치고 실종됐는데, 루게릭 병 환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방법이 반드시 '물'을 뒤집어 쓰는 것 밖에 없었는지 아쉽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상황과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할 수 있다.
'물'을 뒤집어 쓰는 대신 차라리 '물'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의협 차원의 의료진을 구성하고 현장에 급파하는 것이 의협의 수장의 역할은 아닐까.
추무진 회장이 의협을 이끈지 이제 두달이 지났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 화합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사이 정부는 투자활성화대책 및 일차의료시범사업 등 정부 주도의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의협회장은 유행 따라잡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금 의협회장이 할 일은 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정책과 제도를 뒤엎고 올바른 의료제도 세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취임 100일을 맞게 된다. 이제 한달 남짓 남은 기간동안 추 회장이 어떤 성과를 회원과 국민에게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의료계가 대한민국 의료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행보만 고집한다면 취임 100일을 맞이할 때 따가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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