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추가 인력 방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염두에 두고 검토했지만 현실화해 당장 적용하기에는 어려워보인다.
서울대병원 전경
10일 서울대병원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열린 서울대병원 임원 워크샵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추가 의료 인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전공의 인력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이날 워크샵에는 이 제도를 처음 국내 소개, 주장하고 있는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를 초청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허 교수가 제안하는 '호스피탈리스트'란, 병원 의료인력의 운영체계로 기존의 주 5일 낮 시간대에 진료하는 근무체계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당장은 근무시간이 달라짐에 따른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잘 활용하면 7일 근무하고 7일 휴일을 즐기는 식으로 업무 효율성은 물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미숙한 전공의에게 맡겨온 응급실을 전문의가 상주함으로써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비용 감축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허 교수의 설명을 들은 상당수의 병원 보직자들은 제도시행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근 내과학회가 공식적으로 위기에 내몰린 내과의 대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꼽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한 고위관계자는 "허대석 교수는 의료 인력 운영의 시스템만 바꿔주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며 손사채를 쳤다.
그는 "이미 국내 의료체계는 세부 전문의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특정 전문과목에서 호스피탈리스트 인력으로 따로 빼내는 게 쉽지 않다"며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미국, 캐나다와는 의료 현실이 다르다"고 했다.
또 다른 보직자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는 단순히 펠로우 한두명을 충원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또 하나의 스텝 자리를 마련해야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추가 인력 대안을 모색했지만 사실상 대안을 찾지 못했다"며 "현재 병원의 재정 상황에서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허대석 교수는 "물론 제도를 시행한 직후 과도기적 시점에선 혼란스럽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미국, 캐나다에서 성공한 제도로 충분히 가능성이 입증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미국 또한 제도 시행 전에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닥치자 최후의 대안으로 도출된 것이 '호스피탈리스트'로 다행히 당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얼마나 병원 의료체계가 더 무너져야 결단을 내릴 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빅5 대형병원보다 당장 대책이 없는 지방의 중소병원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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