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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설명회가 '주고 받기' 위한 수단인가

이석준
발행날짜: 2015-03-02 11:35:17
그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다급해보였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거듭 반복됐다. PPT 슬라이드가 수십장 펼쳐졌지만 발표 시간은 넉넉 잡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이렇게 C사 제약사의 제품설명회는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스쳐지나갔다. 지난주 모 구의사회에서다.

제약사에서 제품설명회란 무엇인가. 자사약을 법 테두리 내에서 대가를 제공하고 정정당당하게 홍보하는 하나의 판촉 수단이다.

현행 약사법에 의하면 제약사는 의약품 제품설명회에서 의사 1명당 10만원 이하로 식음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날 참석한 의료인이 최소 50명을 훌쩍 넘었으니 C사는 적지 않은 돈을 제품설명회에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C사 PM의 모습에서는 정당한 판촉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뭔가에 쫓기듯 발표를 이어갔고 행여나 의사들의 식사가 방해되지 않을지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품 설명은 사실상 뒷전이었다.

제약 기자 입장에서 이번 제품설명회는 개원의들에게도 꽤나 유익한 정보라고 판단됐다.

새 당뇨신약 SGLT-2 억제제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일명 '살빠지는 당뇨병약'으로 불리는 SGLT-2 억제제는 인슐린 비 의존적 기전으로 기존 대부분의 경구용 혈당 강하제와 병용할 수 있을 만큼 각광 받고 있는 약물이다. 의료진에게서는 환자별 맞춤 치료를 위한 새 무기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C사의 제품설명회를 제대로 듣는 의료진은 손에 꼽았다. C사도 뭐가 그리 급했는지 대충 넘어가는 식이 많았다.

그렇게 발표가 끝나갈 즈음 기자의 눈이 번쩍 뜨일 정보가 나왔다.

"2달 정도 후에 SGLT-2 억제제와 인슐린 병용 급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C사 PM의 마지막 멘트였다.

신설 급여 기준으로, 누구보다 의사들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최신 정보였다.

하지만 귀 기울이는 의료진은 몇 없어 보였다. 오히려 기자만이 담당 PM을 찾아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되물었을 뿐이다.

적어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지원하고 자격을 얻어낸 제품설명회.

돈까지 지불하면서 정당하게 만든 자리에서 제약사 직원은 왜 의사 눈치를 봤어야할까.

이쯤되니 제품설명회가 의사회 후원을 위한 형식적인 수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왜 다 아는 사실 갖고 이제와서 지적질이냐고.

하지만 걸고 넘어질 것은 언제가는 걸고 넘어가야 한다.

의사회나 제약사나 '주고 받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제품설명회라면, 양쪽 다 그만두는 것이 옳다.

서로 대가(자사약 처방, 의사회 행사 지원)를 바라는 제품설명회는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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