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제16회 정기총회에서 황휘 회장을 선출하고 제7대 집행부를 출범시킨 협회가 내부 분열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협회 회원사 말을 종합해보면, 분열과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황휘 회장은 앞서 선거과정에서 전임 회장의 ‘자기 사람 밀어주기’에 힘입어 단일후보로 추대돼 당선됐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당초 협회 제7대 회장 후보에는 총 4명이 출마해 경선을 통한 직선제가 예상됐다.
상당수 회원사들은 회장 선거를 관행처럼 단일후보를 추대해 뽑는 간선제가 아닌 경선을 통한 직선제로 뽑아야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실무에 능통하고 다년간 위원회 활동으로 전문성을 검증받은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할 때 협회가 회원사 권익을 대변하고 외투법인(다국적기업)·수입사·제조사를 아우르는 진정한 의료기기 대표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같은 바람은 전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황휘 후보가 이사회에서 이뤄진 표 대결에서 타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추대돼 결국 무산됐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정기총회까지 끌고 가면 전임 회장이 밀어주는 후보가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는지 이사회를 열어 졸속으로 단일후보를 추대한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비판했다.
위원회 구성부터 ‘삐걱’…“위원장 제 역할 하겠나?”
단일후보 추대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잡음에도 불구하고 협회 제7대 집행부 수장에 선출된 황휘 회장은 임기 초반부터 일부 회원사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황 회장이 상명하복의 수직적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협회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설상가상으로 위원회를 맡고 있는 각 위원장들 또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 내부사정을 잘 아는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위원장들은 각 위원회 위원들의 결정으로 후보를 추대해 협회장에게 건의 및 인준을 받고 선출했다.
그러나 황휘 집행부는 위원회 구성을 놓고 ‘일방통행·명령하달’ 식으로 위원장을 지명했다는 전언.
회원사를 위해 존재하는 수평적 조직인 협회가 상명하복의 조직화·서열화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위원장들 역할에 대한 시각 또한 회의적이고 부정적이다.
협회 위원회 활동을 했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은 위원회 실무를 잘 파악하고 이를 통해 업계가 처한 어려운 점을 식약처·심평원 등 유관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활동했던 보험위(위원장 김충호·BD코리아 대표)를 제외하고 대부분 해당 업무 전문성과 실무경험이 부족한 분들이 위원장을 맡았는데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협회가 보완책으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부위원장을 둔다고 하지만 누가 그 일을 맡겠느냐”며 “심지어 법규·보험위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회의 경우 위원들 구성조차 쉽지 않아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장 대부분을 외투법인 대표로 구성한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총 9개 위원회 중 공석인 국제교류위원회와 협회 이광순 상근부회장이 맡고 있는 총무위원회를 제외한 7개 위원회 가운데 국내 제조사 대표가 위원장인 곳은 법규위원회 단 한곳.
나머지 6개 위원회는 외투법인 5명·수입사 대표 1명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16일 기자간담회 당시 본지는 외투법인과 제조사 간 위원장 구성비율 불균형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황휘 회장은 위원장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외투법인에 몰아준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협회가 해외전시사업으로 국내 제조사의 해외진출 길을 열어 주고,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업무효율성을 위해 해외경험이 많고 현재 능력이 돼는 외투법인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것이 옳은 길이라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황휘 회장이 외투법인·수입사·제조사 간 단합을 강조하고 제조사를 적극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작 위원장들의 외투법인 ‘쏠림현상’이 있는 만큼 진정한 회원사 단결과 통합이 요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투법인 노하우 전수는 해괴망측한 궤변”
황휘 회장은 지난 1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협회 임원사인 ▲지멘스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메드트로닉코리아 ▲세인트쥬드메디칼코리아 ▲GE헬스케어코리아 등 외투법인들을 재차 언급하며 “외투법인들이 국내시장에서 많은 수익창출을 해왔고, 수혜를 받아온 만큼 국내 제조사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
구체적으로 외투법인들의 선진적인 의료기기 ▲제조기술 ▲마케팅 ▲유통시스템 ▲인허가 ▲윤리경영(Compliance) 등 다방면의 노하우를 국내 제조사에 전수하고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협회 ‘미래융복합육성위원회’가 추진하는 소위 ‘매칭 프로젝트’를 통해 실천하겠다고 자신했다.
더 나아가 협회 산업육성본부가 매칭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매뉴얼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 직후 관련내용을 여러 매체가 보도(본지 17일자 “다국적기업이 누린 혜택, 제조사에 돌려 줄 때”)하면서 회원사들의 공분을 사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협회 회원사 한 임원은 “외투법인들의 노하우를 국내 제조사에게 전수해주겠다는 황 회장 발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해괴망측한 궤변”이라며 “협회 임원사 외투법인 대표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불신했다.
“황 회장의 계획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운을 뗀 외투법인 한 임원 역시 “현실적으로 외투법인은 본사 승인 없이 노하우를 제조사에 전수하기란 쉽지 하고, 설령 본사에 의견을 묻더라도 허락을 하겠느냐”며 “외투법인과 국내 제조사 간 제품이 경쟁 관계에 있다면 더욱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협회 회원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투법인과 수입사 일각에서는 이번 황 회장 발언에 적잖은 당혹감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외투법인 관계자는 “외투법인들이 한국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무슨 특혜를 받거나 비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것처럼 발언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황 회장이) 무슨 피해의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외투법인을 적대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입사 한 관계자 또한 “외투법인은 그동안 국내 의료기기 규제·인허가 등 제도개선을 통한 산업 발전과 선진 의료기술을 도입하고 교육하는 등 환자들의 의료혜택 확대를 위한 순기능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마치 외투법인들을 단죄해야 할 대상처럼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협회 배제한 별도 ‘대화채널’ 구축 물밑작업
협회와 제7대 황휘 집행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지면서 일부 회원사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움직임도 일고 있다.
복수의 협회 회원사에 따르면, 외투법인·수입사·제조사 약 30개사를 중심으로 협회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회원사 의견을 정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에 전달할 수 있는 별도 ‘대화채널’을 구상 중이다.
이 작업을 추진 중인 관계자는 “협회가 회원들의 의견을 왜곡 없이 정부에 전달하는데 한계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를 통하지 않고 회원사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대화채널인 일종의 협의체를 준비 중이며, 조만간 실행을 위한 내부회의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원사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외투법인·수입사·제조사’ 구분 없는 대동단결을 모토로 출범한 협회 제7대 황휘 집행부가 위원회 구성 논란과 기자간담회 발언 파문까지 더해져 회무 초기부터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협회 회원사들은 현 집행부가 외투법인·수입사·제조사 간 통합은커녕 오히려 내부 분열과 갈등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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