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약품전은 국내 의약품의 홍보 및 세계화를 추진하고 해외시장 진출 지원 목적의 전시회로, 올해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국제의약품전은 의약품 없는 전시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제약업계의 참여가 적었다. 21일 기준으로 메디칼타임즈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총 660여개 부스 중 제약사 단독부스는 10곳도 안 됐다.
대형제약사 중에선 종근당과 보령제약 등, 중소제약사 중에선 유유제약, 동화약품, 삼성제약 등 몇곳 만이 참여해 그나마 업계의 면을 세웠다.
국제의약품전은 해외 바이어들도 적잖게 참관하는 대형 전시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향한 제약업계의 싸늘한 시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첫번째로 공동 전시에 따른 관람 집중도 하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제의약품전이 열린 킨텍스 제1전시관에는 ▲국제물류산업전 ▲제약·화장품 기술전 ▲국제화학장치산업전 ▲국제연구·실험 및 첨단분석장비전도 함께 열렸다.
총 5개의 전시회가 공동으로 열리는데 국제의약품전이 차지하는 부스는 전체의 10%도 채 안 된다. 이러다보니 관람객들은 여기가 물류전시회인지 제조․생산설비 전시회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조차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공동 전시를 왜 하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물어봤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단순히 제약사가 중심이 아니라 모든 게 연계돼 있는 산업"이라며 "동시 개최하면서 시너지를 얻으려는 것 같은데 관람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문제를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답변이다. 시너지를 얻기 위해선 균형과 조화가 필수다.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게 되면 나머지 한 쪽은 '장식'이 되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국제의약품전이 그랬다. 이번 국제의약품전은 의약품 전시회라기 보다는 물류․유통 및 제조․생산설비 전시회의 장식품에 불과한 모양새였다.
연이은 전시회 참관에 따른 제약사의 피로 누적도 주요 원인이다. 일정상의 문제인 것이다.
국제의약품전이 열리기 2주전 코엑스에서 '바이오&메디칼 코리아 2015'가 열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보건의료산업 국제 컨벤션 행사인 '바이오&메디컬코리아 2015'는 40개국 총 2만884명의 참관객과 691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 금액을 기록했을뿐 아니라 기업간 거래 상담 금액도 약 22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 4개 의료기관과 국내 6개 기관 간 총 5건의 해외진출 계약 및 협력 양해각서 체결도 이뤄졌다.
바이오코리아에 온 힘을 쏟은 제약사들이 2주만에 국제의약품전에 또 다시 참가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 대형제약사 관계자조차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부스비용도 문제지만 사내에 산적한 업무를 제쳐두고 몇일씩 부스에 인력을 보내기엔 부담이 많이 된다"며 "작은 성과들이 나올 순 있겠지만 계약도 부스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미팅하면서 인사나 하는 정도일뿐 전시회 자체가 깊이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제약사에게 분명히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상황과 형편을 전혀 배려치 않은 일정이 제약사의 참여를 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바이오코리아와 연계해 행사를 진행하는 효율적일 것이라는 업계의 하소연도 있었다.
국제의약품전에 대한 식약처의 미온적 입장도 문제다.
국제의약품전은 식약처가 후원하고 한국제약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후원(後援)'의 사전적 의미는 '뒤에서 도와줌'이다. 후원의 범위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주무부처가 식약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의약품전'에 대한 식약처의 후원은 행사 전반에 걸쳐 있어야 마땅하다.
전시회 개막식에서 식약처 김관성 의약품안전국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전시회는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의미있는 행사다. 식약처와 제약협회가 함께 준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의 참여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후원일 뿐이다. 주관기관인 제약협회에서 답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 관계자의 대답이라고 하기엔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식약처가 '후원'하는 '의약품전'에 제약사의 참여가 부족한 이유를 식약처 관계자가 설명해주길 기대했다면 기자의 욕심일까.
각설하고, 이번 국제의약품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내년에도 국제의약품전은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 국제의약품전이 올해와 같은 실패를 거듭할지 말지는 식약처의 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제약협회가 주관이긴 하지만 회원사들을 상대로 큰 도움은 안 되고 부담만 큰 전시회에 참여하라고 독려하기란 쉽지 않다.
삭약처에게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추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자리만 채우는 형식적인 전시회가 아니라 제약업계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전시회를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하고 후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밥상은 업계가 차리고 생색은 식약처가 내는, '무늬만 전시회'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바로 '후원'이 지닌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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