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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장관님! 동네의원이 죽어갑니다."

김명성
발행날짜: 2015-05-26 12:00:55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

존경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님!
내년 수가협상을 앞두고 13조원에 가까운 건강보험재정 흑자와 수가인상 폭에 대한 의료계와 시민단체, 공단의 입장표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모 교수님께서 "의사들 생활수준을 보면 수가가 절대 낮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어떤 소비재의 생산가격을 결정하는데 생산자의 생활수준을 반영하여야한다는 논문이나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있는지요? 장관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높은 생활수준인 국민의 소득을 낮추어서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낮은 생활수준인 국민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복지의 기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나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책임 있는 교수님께서 수가결정을 본인의 감성과 기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먼저 건강보험공단 종사자들의 생활수준부터 조사해서 공단직원의 연봉인상에 반영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복지부에서는 남는 재정으로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나선다고 하는데 급여기준 강화로 환자치료보다 실손보험회사의 손실보전 정책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미 많은 민간의료보험 전문가들이 질병 발생 시 실손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므로 따로 적금을 들어라고 권고하고 있는 실정에도 재벌 실손보험회사 이익보전을 위한 복지부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1998년 안과 의원의 백내장수술 수가가 약 120만원이었으며, 2015년 현재 81만원으로 1/3인하되었으며 물가를 반영한 백내장 수술수가는 반 토막입니다. CT, MRI 등의 수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001년 건정심이 생기고 수가협상이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건강보험 의원수가 인상률이 15년간 정부공식 통계의 임금 인상률 절반도 안 됩니다.

존경하는 복지부 장관님!
최근 한류와 의료가 관광수출로 창조경제의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한류가 시들해질까 걱정하는 문체부의 콘텐츠개발 및 이를 위해 창작준비금 확대를 통한 예술인 복지강화, 창작자 중심의 콘텐츠 동반성장 기반 구축 등 내실을 다지기 위한 작업도 함께 추진해 나간다는 한류 지속 확산을 위한 '한류 3.0' 정책이 올해 초 발표되었습니다. 어디에도 공연장건설 같은 것은 없으며 하드웨어적인 내용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이 잘 담겨져 있습니다.

의료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이므로 육성해야한다는 복지부의 방향을 보면 메디텔이나 원격의료같은 재벌병원이나 관련 프로그램 회사를 위한 정책일색입니다. 문체부의 창작예술인에 대한 지원처럼 복지부의 정책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 정부지원금 확대를 통한 의료인의 복지강화, 의료계 중심의 의료산업 동반성장 기반 구축 등 내실을 다지기위한 작업’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수많은 노동, 시간, 자본재와 함께 과학기술적 아이디어가 집약된 의료산업이야말로 의료관광이 아니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꼭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하는 산업입니다. 현재의 저수가정책은 '투자 없이도 발전할 수 있다'는 허구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신 장관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얼마 전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꾼 정책은 은행에서 나온 돈이 바로 은행으로 들어가므로 단 한 푼도 소비를 창출하지 못하며 이런 정책이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는 없습니다. 적절한 의료수가 인상은 병의원 종사자의 고용과 엄청난 소비를 창출합니다. 최종 소비재인 의료는 다른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의료산업 뿐만 아니라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적정 의료수가를 유지해야합니다.

대학병원은 영안실에 식당과 편의점 그리고 숙박시설까지 돈을 벌도록 해주었지만 동네의원은 이러한 수입이 없으므로 수가현실화가 아니면 해결책이 없습니다. 낮은 수가로 4년 동안 배운 전공을 내팽개치고 비 급여인 미용과 비만치료에 나서는 왜곡된 의료와 박리다매식 진료를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수가현실화로 죽어가는 동네의원 살리기에 적극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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