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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발이라 혐오했던 달리기, 의사이기 때문에 뜁니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5-07-13 05:39:25

달리는 의사 김학윤 원장의 마라톤 이야기 "해발 8000미터 정신이 삶의 모토"

김학윤 원장
누구보다도 달리기를 혐오했고, 물을 무서워했다.

그런데 어느덧 15년째 42.195km도 아닌 100km, 200km의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출전하고 있고 3년째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김학윤정형외과 김학윤 원장(56)이 그 주인공이다.

평발이라서 달리기를 싫어했다는 김학윤 원장의 발.
"평발이라서 선착순 달리기를 하면 만년 꼴찌였습니다. 군의관 훈련에서는 구보도 안 했죠. 걷는 건 지루하고 발도 아파서 혐오했습니다. 수영도 마찬가지였죠. 평소 물이 무서워 바다에 가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선배들과의 산행에서 받은 '신선한 자극' 때문이었다.

15년 전 의사들끼리 북한산을 갔는데 김 원장보다 열 살 위인 선배에게 뒤처진 것이다.

"대학교 때 산악부를 했던 터라 평소 운동을 안 했어도 북한산은 가볍게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열 살이 더 많은 선배에 뒤처진 것도 모자라 따라가기도 벅찼습니다. 비결을 물으니 마라톤이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에 입문한 김학윤 원장. 의사들의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고 등산화를 신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보통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관련 장비를 먼저 완벽하게 갖춥니다. 그러면 준비하느라 지쳐서 결국 안 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해야 합니다. 처음 3개월은 등산화를 신고 뛰었죠."

김 원장이 하는 마라톤은 그냥 마라톤이 아니다. 100km, 200km라는 극한의 마라톤 대회를 집중적으로 나간다.

2004년부터 시작된 천진암 1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는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참가해 대회의 유일한 10회 완주자가 됐으며 지금까지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 대회를 총 58번 완주했다.

지난 5월에는 고대의대 후배들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 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00km 단체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가 자신을 한계에 밀어 넣는 '울트라' 마라톤을 즐겨 하는 이유는 한 번 하면 몰입해서 해내고야 마는 그의 성격에서 엿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수영 극복기가 있겠다. 53세에 처음 시작한 수영은 두 달 내내 물에 뜨지도 못하고, 달리기로 다져진 근육 때문에 하체가 무거워 발차기가 안 돼 강사가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려면 수영은 필수. 그는 이를 악물고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장을 나갔고, 3개월 째 물에 뜨기 시작했다.

"물에 뜨니까 전진하는 것은 어렵지 않더라고요. 한번 시작하면 몰입하는 성격이 계속 도전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삶의 기본 모토가 한계를 넘어서자는 것입니다."

수영 마스터 후 2013년부터 시작한 철인 3종 경기도 지금까지 13번 완주했다. 그 중 가장 힘들다는 아이언맨 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도 세 번이나 완주했다.

김학윤 원장이 제주국제 철인3종경기 대회를 완주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제주 킹 코스는 철인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몰입'해서 끝장을 보고야 마는 그의 성격은 '한계를 넘어서자'라는 좌우명뿐만 아니라 '8000m'라는 온라인에서의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다.

"프랑스 산악가 모리스 에르조그의 안나푸르나 첫 등정기를 그린 '인류 최초의 8000m 안나푸르나'라는 책을 수십 번 읽었습니다. 당시 8000m 이상은 산소가 부족해서 인간이 올라갈 수 없다고 여겨졌던 불가능의 상징이었죠. 그런데 모리스 에르조그는 불가능에 도전해 극복해 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8000m 정신을 삶의 모토로 삼았습니다."

원(한계) 밖으로 발을 내디디며 달리는 사람이 그려진 의원 로고도 그의 8000m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김학윤 원장은 달리기를 시작한 후 의원 운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고 한다. 체력이 좋아지면 환자와의 상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가 좋아져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학윤 원장은 점심시간에도 10~12km씩 달린다.
"개원하면 점심시간에는 오후 진료를 위해 다수의 의사가 낮잠을 청합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는 낮잠을 자본적이 없습니다. 아침에는 수영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10여km 씩 뜁니다. 체력이 좋아지니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환자를 대하는 것도 체력이 돼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의사이기 때문에 더 달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통 많이 뛰면 무릎이 망가질 것이라고 합니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직접 뛰어보니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전 오히려 천천히 달리기 시작해보라고 합니다. 직접 몸으로 겪어 봤으니까 자신 있게 조언할 수 있는 거죠."

지난 5월 열린 제주 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참가 모습.
의사라는 이유로 해봤던 다양한 달리기 경험도 공개했다.

"잠 안 자고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를 위한 잠 안 자기 훈련, 밥 먹고 바로 뛰기, 다소 무모하지만 아무것도 안 먹고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등 통상의 상식을 뛰어넘는 훈련을 해봤습니다. 24시간 달리기 같은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의사이기 때문에 해봤습니다."

달리는 의사 김학윤 원장의 앞으로 목표는 24시간 동안 400m 트랙을 달리는 '24시간주'에서 200km를 달리는 것이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린 결과 172km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200km를 넘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필요한데 발 상태를 봤을 때 불가능한 목표에 가깝습니다. 8년째 이어온 무모한 도전, 계속 이어갈까 합니다."

그는 달릴 때 기록에 집착하게 되는 것을 경계했다.

"(달리기가)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신 오래 쉬면 안 됩니다. 기록에 집착하면 부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훈련으로 기록을 지배해야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건강에 우선하는 기록은 없습니다. 건강한 기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입니다. 결심을 했다면 지금 당장 바로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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