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메르스 사태에서 특히 집중 조명을 받았던 '역학조사관'. 질병관리본부에 소속된 2년차 공보의로서 올해 여름을 유독 뜨겁게 보냈다.
이창환 씨는 27일 대전에서 열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학술대회에서 메르스 현장에서 느낀 허술했던 정부의 방역체계, 의심 환자 선별의 어려움, 공보의에 대한 부당한 처우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세월호에 에볼라, 그리고 메르스까지. 다사다난한 1년을 보냈다.
지난해 공보의 업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는 현장에서 발에 땀이 나도록 뛴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다 보니 전공의 때도 병동 업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보의를 하자마자 고된 업무의 연속이었습니다. 세월호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진도에 수인성 질환, 전염병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캠프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24시간 당직도 섰죠."
세월호 사건이 진정되고 나니 이번에는 에볼라에 대한 정부 감시가 강화됐다. 3개월 동안 인천공항 검역소에 파견 지원을 나가야만 했다. 그다음이 메르스였다.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정부는 공보의를 값싼 인력으로만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메르스 발발지인 경기도 평택에 역학조사관이 모자라니까 타 지역에서 공보의 22명을 파견한 사례를 들었다. 스무명이 넘는 공보의를 아무 계획 없이 불러놓고 빈 강의실에 한동안 방치했다는 게 그의 설명.
"식비나 숙박비도 모두 사비로 충당해야 했습니다. 새벽 5시까지 일하다가도 내 돈을 들여 근처 모텔이나 여관에서 자기 싫어서 오송까지 출퇴근했습니다. 물론 사고 위험도 높았죠. 당시 지출한 비용도 불과 일주일 전에야 받았습니다."
국가에 소속된 공무원 신분인데도 정부의 보호 조치가 아쉬웠다. 그는 메르스 환자가 왔을 때조차 보호장구 챙기는 일을 스스로 해야 했다.
"공보의들이 메르스 방역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돈, 명예 때문이 아닙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한 겁니다. 내가 속한 조직을 위해 사생활, 생명을 버리고 매진했는데 그 조직이 책임을 져주지 않으면 누가 조직을 위해서 일하겠습니까."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에 대해서도 그는 사태 초반 평택성모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이미 눈치챘다.
"6번 환자 때문에 메르스 전파 경로를 재조사하기 위해서 5월 26일 평택성모병원에 파견됐습니다. 같은 병실이 아니면 전염 가능성이 없다는 게 당시 질본의 공식 입장이었는데, 이것이 깨졌기 때문이죠. 메르스 진원지에서 병실 간 공기 통로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면서도 보호구는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평택성모병원에 대책 본부가 설치돼 방역대책 전문가들이 투입됐을 당시에도 보호장구 착용자는 전혀 없었다.
그는 "그라운드 제로에 있으면서 아무런 보호장비 착용 없이 반팔 티셔츠를 입고 머물렀다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만든 메르스 대응지침은 8월 5일 나온 3-5판이 최신이다. 정부는 5월 25일 첫 번째 대응지침을 발표했다.
이 씨는 "메르스 유행은 끝났지만 메르스 관련 일들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며 "현재 지침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것과 상당히 유사한데 우리나라는 바이러스 때문이라기보다는 의료이용 행태에 영향을 많이 받아 유행을 겪었기 때문에 이를 지침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침 만들기에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데 의사라고는 공보의가 딱 한 명 있었다"며 "지침을 만들 때도 전문가 검증을 철저하게 받아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씨는 현재 메르스 (의심)환자의 초기 증상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메르스 사태 때는 발열을 특히 강조하고 있어 의료진은 초기 내원 환자에게 열이 없으면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역학조사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진료 당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인데 열이 없을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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