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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R&D 1조원 이상 투자, 결과는 메르스 부실 대응

손의식
발행날짜: 2015-09-21 11:55:01

김재원 의원 "다부처 감염병 R&D사업 부실, 문제 재발방지 방안 필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연구개발비에만 10년간 1조 897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자됐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 발생 시 정부의 신속대응 체계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정부의 감염병 대응 R&D 지원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군ㆍ의성군ㆍ청송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감염병 신속 대응을 위해 2014년까지 10년 동안 투자한 연구개발(R&D)비만 무려 1조 897억원에 달했다.

2010년 정부는 국가차원의 감염병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교육부(교육과학기술부),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 5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 합동으로 '범부처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R&D)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2012년 9월에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11년 10월 25일 개최된 '추진위원회' 회의 자료에 의하면,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에 총 3397억 800만원을 집행했다.

부처별로는 교육부 1050억원, 보건복지부 616억원, 산업통상자원부 380억원, 식품의약품안전처 170억원, 농림축산식품부 86억원, 중소기업청 54억원, 환경부 27억원, 농촌진흥청 17억원, 국무총리실 2900만원 등이었다.

감염병 R&D 예산 증가했지만, 유사․중복투자에 성과 미미

회의 자료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는 그동안 감염병 분야 R&D 투자는 증가했지만 조류인플루엔자나 신종인플루엔자 등 눈에 보이는 대유행 대응에만 치중하여 결핵 등에 대한 치료기술과 백신에 대한 연구가 없고, 대부분의 연구과제가 개별 연구자들에 의해 분산적으로 수행되어 유사․중복투자가 심하고 연구역량 결집이 어려워 국가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힘들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재원 의원실은 "2003년과 2006년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정부가 신종 감염병 발생을 우려해 감염병 연구개발을 추진했지만, 연구개발이 비효율적으로 추진돼, 결국 2009년 신종플루 발생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감염병 대응 예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김재원 의원의 '감염병 대응을 위해 추진한 사업의 예산 현황' 요청에 기획재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309억원, 2013년 381억원, 2014년 512억원, 2015년 612억원 등 최근 5년간 1707억원을 집행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은 "기획재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자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산 81억원은 아예 빠져 있었다"며 "추진위원회가 파악한 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 투자예산 2012년 604억 2800만원, 2013년 696억 8700만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어서,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감염병 간사부처인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연구개발을 위해 지출된 예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분석한 '감염병 분야 국가연구개발사업 자료'에 따르면, 감염병에 분야 정부 연구비는 2010년 1144억원에서 2011년 1315억원, 2012년 1388억원으로 3년간 총 3848억원이었으며, 과제별로는 인체감염병에 2469억원, 동물감염병에 950억원, 인수공통감염병에 427억원의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실은 "범부처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 추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에 재차 집행 예산 내역을 요청하자,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분야에 집행된 전체예산은 매년 1500억원 정도 된다며, 정확한 감염병 연구 예산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원 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2005년∼2009년까지 3398억원, 2010년∼2014년까지 약 7500억원 등 최근 10년간 정부는 무려 1조 897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감염병 분야 연구개발에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원 의원은 "2010년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6년이 지났고, 2006년 조류인플루엔자(AI),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MERS) 등 4번의 감염병 사태를 겪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감염병 분야 연구개발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과제 중복 투자, 특정 대학 과제 몰아주기 의혹도

지난 2013년 7월 추진위원회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4488억원을 들여 '범부처 인수공통감염병 극복기술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인수공통분야 연구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26개, 질병관리본부가 37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다수의 연구과제들이 상당 부분 유사하거나 중복해서 추진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연구과제 중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사료 첨가제제 개발(1억 5000만원) ▲인체에 치명적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예방 및 치료용(1억 3000만원)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소재 개발(1억 4000만원)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용 사료 첨가제 및 식의약 생물소재 개발(19억 5000만원) ▲오리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및 살모넬라 백신개발(10억원) 등 5가지 연구과제가 유사한 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엔자 연구 26개 과제 중 16개(62%)를 사업단장이 속한 대학에 몰아줬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0년 범부처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신종 인플루엔자 사업단은 총 8개 분야 32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이 중 178억원 규모의 26개 과제를 대학에 위탁했다.

김재원 의원이 수탁기관을 확인한 결과 99억원 규모의 16개 과제(건수 기준 62%, 금액 기준 56%)를 김우주 사업단장이 소속해 있는 고려대에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10개 과제 중 연세대가 2개 과제를 가져갔고, 서울대 등 나머지 8개 대학은 한 과제씩만 수탁 받았다.

김 의원은 "연구의 품질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탁업체 선정단계부터 다양한 연구기관들 간의 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해야 하는데, 연구과제의 절반 이상을 사업단장이 속한 대학에 몰아준 것은 과제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사업단장의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부처 감염병 대응 R&D 추진단이 지난 2011년에 3가지 중점 질환으로 결핵, 슈퍼박테리아, 원인불명 감염질환을 선정하여, 대응기술 및 맞춤치료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아직 요원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년간 추진했던 범부처 R&D 사업의 문제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그동안 진행했던 범부처 R&D 사업의 재탕에 불과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그만한 성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정부는 신속하고 체계적인 감염병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연구개발에만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작 메르스 사태 때 감염병 위기 대응 능력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다부처 감염병 R&D사업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진행했던 다부처 감염병 R&D사업에서 통합관리가 되지 않고 유사 중복과제를 진행하고 일감 몰아주기가 횡행했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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