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달라졌다. 누구는 때이른 반란이라고 하고 혹자는 이제서야 혁명이 일어났다고 평가한다.
도제식 교육의 틀에 묶여 상명하복을 진리로 살아오던 전공의들이 하나둘씩 일어서더니 이제는 힘을 합쳐 혁명을 꿈꾸고 있다. 억눌렸던 권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전국 의사 총파업에서 강력한 단결력을 보여줬던 전공의들은 이를 토대로 복지부로부터 수련제도 개편안을 이끌어 냈고 이제는 전공의 특별법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수십년을 논의만 지속했던 주당 80시간 근무제 등도 단 1년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이제는 당직과 휴가 일수까지 챙겨가고 있다. 역사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주축으로 만든 닥터브릿지. 수련병원 평가 시스템도 이러한 혁명의 아이템 중의 하나다.
전공의들이 직접 자신이 속한 병원의 수련환경을 평가하고 이를 공론화해 전국 병원들을 상향평준화 시키겠다는 목표. 누구나 바랬지만 쉽사리 손대기 힘든 꿈이었다.
병원장과 보직자, 주임교수, 지도교수, 전임강사로 이어지는 층층 시하 계층 구조에서 전공의의 자리는 늘 말석에 위치해 왔기 때문이다.
자칫 눈 밖에 나면 배워야 할 것도 배우지 못하고 모교에 남고 싶어도 떠날 수 밖에 없는 엄격한 계급 사회에서 전공의들이 감히 선배들을, 교수를, 병원을 평가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로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련제도 개편안과 전공의 특별법까지 한번에 밀어 붙인 전공의들의 혁명 불꽃은 이 또한 가능하게 했다.
전국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가 싶더니 불과 몇달 만에 사이트를 만들고 정보를 취합, 분석해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스레 이를 바라보는 수련병원과 교수들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누가 이를 반기겠는가. 그것도 먹이 사슬의 가장 끝에 있는 전공의들의 작품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논리가 명쾌하다. 과연 이 사이트를 믿을 수 있냐는 것. 즉 자료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병원신임평가위원회가 객관화된 기준과 틀을 가지고 진행하는 수련병원 평가와 견주어 신뢰도가 너무나 터무니 없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공의들은 분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현재 공개된 자료는 전공의 2000여명이 스스로 밝힌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전국 전공의가 2만명을 넘어가니 10%의 정보로 일반화를 시킨 셈이다.
성공한 쿠테타는 혁명이 되고 실패한 혁명은 쿠테타가 되는 법이다. 또한 혁명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결력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2만명의 전공의 중에 불과 2천명만이 불꽃을 든다면 이 혁명은 반란이 되고 애써 붙인 불꽃은 기약없이 봉인될 것이다.
때이른 반란이 될 지 혁명의 시작이 될 지는 이제 전공의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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