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26일 서울의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정진엽 장관과 추무진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7월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으로 잠정 중단된 의-정 협의가 재개된 셈이다.
이날 정진엽 장관은 "의정 협의가 오랫동안 단절된 것으로 안다. 어려운 문제도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대화 단절은 오해를 빚고 쉽게 해결될 문제를 꼬이게 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추무진 회장도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보건의료 문제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 전문가인 장관 취임을 환영하고 기대가 크다"고 전하고 "가장 먼저 의료전달체계와 수가결정구조 개선 등 의정이 힘을 합쳐 반드시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현재 38개 의정 협의 아젠다 중 ▲건정심 구조 개선 ▲수가결정구조 개선 ▲심사기준 공개 등 심사 투명화 ▲약제급여기준 개선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불인정 비급여 합법화 ▲상급종합병원 경증질환 외래 축소 및 의원급 경증질환 확대 ▲진료 의뢰 및 회송제도 개선방안 마련 ▲노인외래정액제 개선논의 착수 등이 답보 상태이다.
또한 ▲차등수가제 절감재원을 일차의료 강화에 활용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개선 기존합의사항 8개항 성실한 이행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병원 손실 보상방안 마련 ▲의사보조인력(PA)양성화 추진 중단 ▲불법 사무장병원 근절대책 수립 ▲건보공단의 수진자조회 개선 등도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의협 측은 이중 대형병원 쏠림 완화 및 의료전달체계 강화와 노인 정액제 문제, 물리치료 급여기준 개선, 진찰료 현실화,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행위 행정처분 감면 등을 최우선 제도개선 과제로 건의햇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주장에 대한 의협 제안과 제2차 상대가치 개편 추진에 따른 보완 프로세스 구축,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무화 논의 중단 등 3개 사항도 제안했다.
비공개 회의 후 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과 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의료현안 관련 대화 필요성에 공감했다면서 의정 협의 재개에 무게를 뒀다.
의협 측은 의원급 '손톱 밑 가시'인 노인정액제와 더불어 의료전달체계 핵심인 의뢰 회송 수가 활성화, 수가결정구조 그리고 쌍벌제 이전 의료인 처분 감면 등 제도개선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정 모두 공식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껄끄러운 현안인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이다.
양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원격의료 관련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는 입장이나, 이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원격의료는 정진엽 장관과 추무진 회장이 피할 수 없는 의-정 협의 재개의 사실상 전제조건인 셈이다.
정진엽 장관이 대화 지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발언의 행간 속에 숨은 의미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협의 협조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이미 진행 중인 상태로 의원급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의정 협의 아젠다 개선 속도 역시 원격의료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입장에서 협상의 스킬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해 임시대의원총회를 계기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불수용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이 의료계 내부에 만연한 상황에서 중재안 마련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의협 한 관계자는 "정진엽 장관에게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 정치는 협상이다. 주고 받아야 한다"면서 "원격의료 법제화는 시범사업과 별개로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의-정 양측은 실무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거쳐 조만간 노인정액제와 의료전달체계 등 아젠다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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