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제약사 마케팅 담당 고위관계자는 최근 고민이 많다. 장기 프로젝트 일환인 근거 중심 영업이 강제 종료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발단은 잇단 초대형 오리지널 약물들의 특허 만료다.
이 관계자는 "회장이 클린 영업 이후 신제품 성과가 예년처럼 나오지 않자 근거 중심 마케팅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경쟁사가 공격 영업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더욱 조급증을 느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지난번 회의 때는 기한을 정하고 목표 실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클린 영업을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는 경고까지 했다. 위기감 속에 나온 발언이지만 상황이 가벼워보이지는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A사 뿐만이 아니다. 많은 제약사가 다시 리베이트 유혹에 직면하고 있다. 뿌린대로(?) 거뒀던 과거의 손쉬운 경험이 정도 영업으로 인한 일시적인 실적 부진과 맞물리면서 나쁜 손버릇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제약사는 과거 영업 형태로 회귀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 회사는 성과도 곧잘 나와 클린 영업 제약사들의 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경쟁사 약보다 우리 제품을 써야하는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면 신규 처방이 발생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의료진도 이제는 밑도 끝도 없는 제약사 영업 방식에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
불현듯 "제약산업이 국가에 기여한 부분이 많은데 리베이트 하나로 모든 것이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경호 제약협회장의 최근 발언이 떠오른다. 나쁜 실수는 반복하면 안된다. 그래야 제약산업이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서 업계는 부탁한다. "A사 회장님,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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