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재 의전원 2년을 마치고 3학년 실습을 기다리고 있다.
의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새로이 취미 아닌 취미가 생겼는데, 그것은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지역에 가게 되면 그 주변의 병원에 들어가서 괜히 이곳 저곳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다.
아직은 실습 전이라 병원이라는 공간이 생소하면서도 앞으로 평생 있을 곳이라 생각하니 다른 병원들의 환경은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앉아서 머리로만 배우던 지식들이 실제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생생한 현장을 보고 싶은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방학을 맞아 중동 여행을 갈 기회가 되어 가족과 함께 요르단에 머물게 되었다.
한국의 병원들은 이곳 저곳 많이 다녀보았기 때문에 요르단의 의료시설을 구경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페트라와 같은 요르단의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기도 전에 제일 먼저 요르단 국립대학교 병원을 보러 갔다. 우리나라처럼 대학교 캠퍼스 안에 요르단 대학 병원이 있었는데 그 옆에 바로 의과대학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의과대학 안에 들어서자 역시나 알코올 냄새와 여러 약품 냄새가 풍겨졌고, 여러 강의실이 이어진 복도에는 medical camp 등 의대생들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습실을 포함해서 혈액센터 등과 같은 연구실 안에는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중동의 의과대학을 이렇게나마 구경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의과대학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언덕을 올라가 보니 꽤 큰 요르단 대학 병원이 보였다.
본관이 언덕 위에 위치해서 올라가기가 조금 힘들었는데, 가파른 언덕 전에 있는 가장 낮은 지대에 별관 건물이 보였고, 표지판을 보니 산과 및 신생아 응급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출산이 임박한 응급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가장 접근이 쉬운 곳에 응급실을 배치한 것 같았다.
이 사진은 요르단 대학병원 본관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크게는 행정실, 외래, 입원병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가장 환자가 많고 분주해 보이는 외래 진료소를 보러 들어갔다.
우리 가족을 제외하고 건물 내 모든 사람들이 히잡을 쓴 중동 여인들이거나 아랍 사람들이었기에 환자들, 보호자들의 시선이 줄곧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쏠리는 이목이 부담스러워서 생각만큼 자세히 건물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기에는 힘들었기에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가볍게 훑어보게 되었다.
1층에 들어서니 아랍어와 함께 표지판이 영어로도 쓰여 있었다. MRI나 CT 같은 영상 장비들을 바깥에서 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신식 설비에 비해서는 약간 구식의 느낌이 있었지만 웬만한 설비들은 대부분 갖추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한국의 병원에서는 보통 복도나 화장실에 소독할 수 있는 청결제가 많이 배치되어 있는 반면, 이 곳의 복도나 화장실에서 보여진 위생 수준은 많이 낮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다른 글에서 서술하겠지만, 이 부분은 중동에서도 병원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복도에 가운을 입은 의사들 사진이 많이 걸려있었다는 것인데, 모두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쉿', 정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적거리는 환자들로 병원 분위기가 그리 조용하지는 않았다. 환자의 신분이 아닌 이상 진료실 내부까지 둘러볼 수는 없었기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병동 밖으로 나왔다.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히잡을 쓴 환자들, 간호사들, 바쁘게 움직이는 의사 선생님들을 보며 아랍의 병원 분위기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중동으로 진출하는 한국 의사 선생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한국과 중동 국가들이 의료계에서 꽤나 가까운 접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언젠가 나도 충분히 경험이 쌓이고 나면 이곳에 다시 올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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