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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일회용 재사용 면허취소 극약처방 불공평"

박양명
발행날짜: 2016-02-16 05:05:47

"자정 필요성은 공감…의사만 탓하는 면피용 대책은 미봉책"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잇따라 터지자 정부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문제 적발 시 면허취소의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는 극단의 처방을 내놨다.

의료계는 윤리적 자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행정처분이라는 책임 전가식의 대책을 내놓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강원도 원주와 충청북도 제천에서 잇따라 일회용 주사기 등 재사용으로 감염병이 발생하는 일이 터지자 대안을 발표했다.

이 중 일회용품 재사용으로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의료인 면허취소 처분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면허취소라는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총 18명. 면허 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면허대여 1명, 결격사유에 해당 14명,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 행위 또는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 3명 등이다.

의사면허취소 규정한 의료법
의료법 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격사유는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한정치산자 ▲보건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 등이다.

의료계는 주사기를 재사용 하는 것은 비윤리적 의료 행위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분명 벌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도 원주 한 개원의는 "언제까지 수가가 낮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른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특히 주사기는 가격도 싸기 때문에 재사용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벌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면허취소는 의료법을 위반해 면허취소를 당한 사람들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킨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원장에게 의사면허 정지 105일이라는 행정처분을 내리는 모순을 보였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장은 "같은 의사로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면허 취소는 형평성 등의 문제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며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개원의도 "재사용 케이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죄를 지은 만큼 벌을 줘야 하는데 여론에 몰려 마녀사냥하는 식으로 제재 방안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의료인 처벌을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한 개원의는 "주사를 놓는 의료 행위료는 1천여원에 불과하다. 노동비, 의약품 적정관리료, 위험 담보비 등을 더했을 때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다"며 "이런 환경을 만들어 놓은 정부가 근본 해결책을 구상하지 않고 의료인 제제를 먼저 얘기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도 한 개원의도 "교통 위반의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위반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지 의료법을 위반하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로 질병을 옮기려고 존재하는 사람도 아닌데 무조건 의사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투트랙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주의 개원의는 "일회용 재사용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봤을 때 비의학적이고 비윤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엄벌을 요구하고, 의료제도 모순과 저수가 때문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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