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진료와 외국투자기업의 병원설립을 가능케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동북아 의료허브를 건설하겠다는 재경부와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 역차별을 주장하는 병협 등 각 단체들은 저마다의 입장을 가지고 논란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이 법안이 가져올 보건의료계의 변화와 향후 전망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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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외국병원 유치논란, 어디까지
②의료에 대한 '동상이몽'
③혼돈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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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원정의료비 1조원의 진실은 어디에
경제자유구역내 내국인 진료 허용과 관련한 논쟁은 재정경제부와 시민단체, 보건경제학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방송사 MBC는 '해외 진료로 1조원이 유출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내 보건의료계 시민단체들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해외 진료비 1조원은 재경부가 외국병원을 유치하는 주요 논거로, 국민을 설득하기 좋다.
반면 1조원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병원이 해외환자를 통해 벌어들인 진료비가 2002년에 1조2척억원이었다며 국내 환자가 해외진료에 1조원을 사용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해외 원정 진료비의 상당수가 원정 출산에 있다며 외국 국적을 주지 않는 이상 원정진료비가 줄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펼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 1천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유출의료비가 1조원에 이른다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다만 그 발언자는 삼성서울병원 이종철 원장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원장은 한 경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유출 의료비가 한해 1조원에 이른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이발언도 소위 '카더라' 통신이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이종철 원장께 확인한 결과, 당시 떠도는 설을 발언한 것이 진실인것처럼 왜곡됐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설이 부풀러져서 진실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결국 해외의료비 1조원은 아직까진 실체없는 설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외환전산망에 의료비 항목 코드를 부여, 의료비 통계가 집계가능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 논란은 정확한 통계가 나올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사실관계 논란은 싱가포르 의료 제도에 대해서도 엇갈린다. 재경부는 싱가포르의 외국병원에서는 내국인진료를 허용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를 의료산업화의 핵심 모델로 재경부는 설정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한 가천의대 임준 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해외환자는 동일한 언어를 쓰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환자가 전체의 63%에 달한다. 또 싱가포르의 존스 홉킨스 병원 분원은 단지 2명의 의사만이 근무하고 있을 뿐이다.
밀려드는 특례 인정 요구들
이런 논란외에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으로 인해 지역이나 타법안에 대해 의료기관의 운영에 대해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특례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은 부산과 광양에서도 기본적으로나마 외국의료기관 설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중이다.
부산시는 ‘부산시 과학기술혁신역량 강화와 의료생명산업 육성방안’에 통해 국제업무지역 중심의 500~1,000병상 규모의 동북아 중심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밝혀 두고 있다.
또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기업도시법)도 논란이다. 기업도시법에서는 기업이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안이 담겨져 있다.
이 법안을 마련한 건교부가 이후 '기업의 병원 개설을 허용하되 비영리기관으로 전환해햐 한다'고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영리기관의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기업도시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이병훈 전라남도 기획관리실장은 “외국 투자기업이 국내 기업도시에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외국의료기관 개설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기업도시내 외국 의료기관에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준용해 적용하면 될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한 지역특구법 등에서도 별도의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을 흔치 않게 볼 수있다. 결국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의 통과는 이러한 요구들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이후 특례를 요구하는 타지역이나 단체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거부할 명분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현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급속하게 의료 체계의 변화가 닥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또한 이같은 논란의 핵심은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른 차이이기도 하다.
의료산업화 vs 공공성 강화 - 의료인 vs 비의료인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으로 인해 파생되는 이 같은 여러 사회적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의 대립임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의료를 산업화하자는 쪽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먼저 재경부는 의료를 산업화를 주장하면서 의료를 부가가치 창출이 큰 서비스 산업의 일환으로 보고 적극적인 개방을 주장하고 있다. 제조업의 한계가 다다른 국내에서 서비스산업이 고용창출과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의료를 산업의 범주로 간주하는데 반대하며 자칫 산업화가 국내 의료체계의 기반을 붕괴해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론 보건의료계와 비 보건의료계의 논쟁양상도 보이고 있다. 물론 일선 개원의들과 의·병협 등도 조건부 찬성을 던졌지만, 방어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할 때, 주로 개방을 요구하고 의료 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진영은 비 보건의료계 진영이다.
지역특구를 통한 특례를 요구하는 지자체, 경제자유구역의 특례를 요구한 재경부 등이 비 보건의료계 집단이며, 이들의 무분별한 요구에 일부 수용가능성도 있지만 우려를 표하는 것이 보건의료계의 직역단체와 시민단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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