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말기암 환자가 자신을 안락사 시켜줄 것을 의료진에게 요구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밝은 죽음을 준비하는 포럼과 한림대 생사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관한 `소극적 안락사 논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포럼이 2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열렸다.
최근 미국의 ‘시아보 사건’과 국내의 ‘보라매사건’으로 촉발된 연명치료 중단에 따른 안락사 논란과 함께 개최된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소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는 일단 우호적이었지만 의사 조력에 의한 적극적인 안락사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한림대 이인영 교수는 국내법상으로는 형법학자의 상당수가 소극적 안락사의 허용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가시적이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안락사 허용 논란은 전제조건의 충족 여부의 판단이 매우 어렵고 애매하다”면서 “다만 적극적으로 환자를 안락사하는 것이 허용되면 수많은 의사결정이 없는 환자의 죽음 허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역시 안락사를 “환자의 생명을 끊기 위한 목적으로 환자에게 약물 의료기기를 보조하거나 직접 사용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생명을 살릴 수 없는 환자의 생명 보조장치를 철회하는 것은 안락사가 아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안성희 가톨릭대 교수는 “적극적 안락사는 어떠한 이유로든 허용 되서는 안되지만 소극적 안락사는 신중하게 처리되어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면서 “소극적 안락사 논의에 앞서 용어와 개념을 합의하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연구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의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현호 변호사는 “극심한 고통에 처한 말기 환자에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진통제 투여를 거부하고 죽음까지 고통을 참으라고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안락사 논란의 대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존엄사를 인정하고, 죽음 교육의 실시, 완화의료를 통한 호스피스 제도의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생사학 연구소 오진탁 소장은 죽음을 맞이하는 죽음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소극적 안락사의 대안으로 죽음준비교육, 존엄한 죽음, 호스피스의 활성화 등을 소개했다.
오 소장은 특히 “사람들은 미리 가족들과 죽음의 방식에 대해 협의할 필요가 있으며,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는 서약을 통해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존엄한 죽음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이인영 교수는 “회복가망이 없는 환자에 대해 환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그가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생명연장조치를 제거하거나 중단, 보류하는 행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존엄사는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극규 모현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진료원장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질환의 치료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시점에서 환자가 가진 통증을 조절해 주고, 그들이 가진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 시켜주는 치료”라며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라도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받으면 안락사를 언급하지 않으며 결국 자연사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의 구분, 의사조력자살 등 안락사와 관련된 정의가 참석자마다 안락사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아직 미진하다는 것을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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