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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단추 잘못 꿴 병원평가, 결과공표도 찜찜

안창욱
발행날짜: 2005-04-09 06:51:04

복지부, 등급 공개 방법조차 '쉬쉬'...환자 오해살까 '끙끙'

의료기관평가 결과 공표가 임박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평가결과를 어떻게 공표할 것인지조차 기밀에 붙이고 있어 병원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상당수 대형병원들은 이번 평가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의료의 질’을 등급화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전국 78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의료기관평가 결과를 내주에 공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당초 11일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을 이유로 14일께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진료 및 운영체계(환자 권리와 편의, 인력관리, 감염관리 등 6개 부문)와 부서별 업무성과(병동, 외래, 수술, 중환자 등 11개 부문) 등 17개 부문별 평가를 모두 완료하고, 각 부문별 등급화를 확정한 상태이며 결과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평가위원들에게 평가결과 공표방법에 대해 서면의결을 받으면서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평가를 받은 대형병원들은 복지부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결과를 공표할지 파악하기 위해 정보망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전혀 알지 못한 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의료기관평가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문별 배점이나 어떻게 평가결과를 산출해 공표할지 공개하는 게 당연한데 결과공개를 코앞에 두고도 복지부가 전혀 알려주기 않는 등 이상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기관평가 사무국인 병원협회조차 아는 게 없다는 반응이다.

병협 관계자는 8일 “우리가 사무국이냐. 모른 척 하는 게 아니라 전혀 아는 게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의료기관평가 결과 공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도 의료기관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지부는 78개 병원의 17개 평가부문별 평가결과를 등급화(3~5등급)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총점 기준 등급(3~5등급)도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의료기관평가가 각 평가부문의 환자 편의나 시설 및 인력 수준, 업무 수행성과를 측정한 것이지만 막상 평가결과가 공개되면 환자들은 의료기관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의대 이상일(예방의학.한국의료QA학회 총무이사) 교수는 “의료기관평가 기준 자체가 실제 의료의 질이 반영된 것이냐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다”면서 “측정 결과를 수치화하기에 용이한 것을 위주로 평가했기 때문에 결과를 공개하면 일부 오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평가 내용 중 수술 부문은 환자의 권리와 편의, 업무수행 및 성과, 시설 및 인력수준 등 5개 항목을 측정했지만 환자들은 특정병원이 이 부문에서 A등급을 받으면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병원을 개원한지 오래돼 시설이 낡고, 외래 공간이 협소하거나 환자 진료 대기시간이 긴 병원들을 중심으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연세의료원 한 교수도 “의료기관평가 결과에 대해 환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번 평가가 진료의 질이 아니라 진료 편의성 측면에서 조사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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