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는 11월 질병정보로 ‘감기와 독감’을 선정하여 치료방법을 알리고 추가로 사스와 조류독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 감기, 독감, 사스, 그리고 조류독감은 각각 다른 병이다.
감기란 코와 목 등의 上氣道(상기도)의 가벼운 감염을 총칭하며 대개 저절로 낫는 병이다. 감기나 독감의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감기를 유발하는 흔한 바이러스(이하 감기바이러스로 칭함)는 리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및 아데노바이러스 등이며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체 감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을 흔히 독감 혹은 인플루엔자라고 하고 감기와 구별하고 있다.
독감은 감기와 달리 10~30년 주기로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계절별 발생빈도가 차이가 난다. 리노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는 이른 가을과 봄에 많이 나타나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겨울에 많다.
감기의 세균성 원인으로는 연쇄상구균이 인후염을 일으키는데 증상만으로는 바이러스 감염과 구별이 어렵다. 감기는 5세 이하의 소아에서 가장 흔하며 나이가 들수록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낮아진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스나 조류독감은 감기나 독감과는 다른 병이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2003년 2월에 최초 보고된 후 2003년에 전 세계적으로 8,000명 이상 감염을 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사스(중증급성호흡부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사스연관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며 조류나 닭 혹은 오리 등으로 매개되는 조류독감은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해 발병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원래 조류에서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데 사람에 흔히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의 한 종류로서 1997년부터 사람에게도 감염이 된다고 보고되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의 유형에 따라 분류하는데 사람에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는 그 단백질의 형이 H1N1, H1N2, H3N2이나 조류독감은 H5N1이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철새들의 분비물에 감염된 닭과 오리와 같은 가금류와 접촉하면서 인체에 감염이 되는 것이 가장 흔한 경로인데 최근에는 조류독감에 감염된 환자를 간호하던 가족들에서 감염이 전파된 경우가 보고되어 사람과 사람간의 전염의 가능성도 추정되고 있다.
▣ 감기 및 독감의 유행시기에는 전파가 빠르다.
감기바이러스는 주로 어린이에게 보균되어 있어 유아원이나 학교를 통하여 전파되어 가정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므로 어린이를 돌보는 엄마나 노인들은 아이들을 통하여 감기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워 감기가 자주 걸릴 수 있다.
감기바이러스들은 환자의 콧물이나 가래 등으로 오염된 손이나 환자와의 직접 접촉 혹은 환자의 호흡기분비물이 기침 등을 통하여 다른 이에게 전파되며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의 경우는 이러한 전파법 외에 공기 내 미세 감염성 입자로 존재하다가 사람에게 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독감이 유행되는 시기에는 특히 그 전파가 빠르다. 이들 바이러스들은 세균과 달리 감염기간이 짧고 균을 찾기도 어렵다.
▣ 감기와 독감의 증상은 조금 다르다.
감기바이러스의 잠복기는 보통 12시간에서 72시간이며 콧물 재채기, 코 막힘이 흔히 동시에 나타나고 2-3일 후 인후통, 인후의 이물질감 및 기침으로 진행한다. 열이 날 수 있으나 어른에 비해 어린아이들에서 더 심하다.
감기는 성인의 경우 1년에 평균 2~4회, 어린이들은 6~8회 정도 발병하므로 나만 유독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여러 종류이고 또한 동일한 바이러스에도 재감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의 증상은 기침이나 콧물 같은 상기도감염의 증상보다 발열과 오한, 두통, 몸살, 그리고 근육통이 출현하며 막연한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 독감 발병 3~5일 째에 가래를 동반하지 않는 건성 기침과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눈이 빨개지거나 가려울 수 있고 기침은 가슴 가운데가 몹시 화끈거리는 증상을 동반하며 증상이 호전된 수주 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독감에 의한 합병증은 흔히 노인들에 많이 나타나며 인플루엔자폐렴으로까지 합병되는 일은 드물지만 일단 발생하면 좋은 치료약이 없어 사망률이 매우 높다. 인두나 편도에 심한 염증을 보이면 연쇄상구균이나 디프테리아와 같은 세균성 감염을 의심하여야 하나 아데노바이러스 등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 사스 및 조류독감의 초기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다.
사스의 경우 38도 이상의 고열, 두통, 몸살, 설사 등이 나타나고 2-7일 후 마른기침과 함께 많은 환자들에서 폐렴 증상을 나타낸다. 사스의 초기증상은 일반 독감과 증상 감별이 어렵다.
조류독감의 증상도 독감과 유사하거나 독감의 증상 외에 눈의 감염을 초래하거나 폐렴 및 급성호흡부전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충북 음성지역에서 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으나 인체 감염 보고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최근 홍콩이나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국민들의 여행이 잦고 국내 가금류에서 발생보고가 있으므로 사스나 조류독감의 전파의 위험성을 늘 경계하여야 한다.
만약 감염된 이가 진단되지 않은 채 다른 이들에게 전염시키면 국민 건강에 중요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스나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중국과 동남아지역을 여행하거나 감염된 가금류를 취급하거나 사스나 조류독감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 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이들은 일단 사스나 조류독감의 발병을 의심하고 전문의료기관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스나 조류독감의 발병이 의심되어 병의원을 찾은 이는 자신이 최근에 여행한 지역이나 가금류의 취급여부 및 그런 환자들과의 접촉 여부를 의료진에게 반드시 설명을 하여야 한다.
▣ 감기나 독감 치료의 특효약은 없으나 병의원을 찾아가야 할 경우는 있다.
시중에 많은 감기약이 있으나 감기의 특효약이란 없고 다만 연관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이다. 감기는 대부분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회복이 된다. 가래가 나오거나 목에 가래가 낀 것 같다고 하여 거담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종합감기약에 항히스타민제가 흔히 포함되어 있어 콧물 등의 증상의 완화를 시키지만 항히스타민제를 과다 복용하면 자칫 분비물이 찐득해져 부비동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콧물과 가래가 누렇게 나오거나 3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면 중이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및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이 의심되므로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독감의 초기에 아만타딘, 리만타딘, 오셀타미비어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제의 사용이 병의 경과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나 예방 효과에 비하여 치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독감이 발생한 어린이들의 경우 인플루엔자에 동반된 발열 등 증상들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아스피린을 투여하는 경우, 드물게 레이증후군이라는 치사율이 매우 높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말고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부루펜 등과 같은 소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세균성감염이 의심되면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여야 치료가 되고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특정 연쇄상구균에 의한 급성인후염을 잘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류마티스열과 급성신우염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사스나 조류독감의 경우도 아직 특효약이 없고 환자를 잘 격리하여 타인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고 사스나 조류독감에 감염된 환자들은 전문병원에서 호흡보조요법들을 받아야 한다.
▣ 이런 사람들은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5종 이상이며 각각의 바이러스도 여러 종류의 다른 항원을 가지고 있어 감기나 독감의 발생을 백신 등으로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외출 후 손을 잘 씻는 등 더욱 청결하게 자신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금류를 많이 다루는 농가에서는 조류독감 유행시기에는 마스크(가능하면 N-95 마스크) 모자 및 가운을 입고 일을 하고 일을 마친 후는 전신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대한의사회 홈페이지 조류독감 정보 참고).
감기 예방주사는 없고 독감 예방접종은 어린이들은 1년에 두 번, 성인들은 1년에 한 번만 접종을 받으면 된다. 성인의 경우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환자들과 65세 이상인 사람들 그리고 심장질환, 당뇨병, 신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감기나 독감환자들을 많이 접촉하는 병의원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임신부도 접종을 받아도 되며 6개월 이상의 나이를 먹은 이라면 누구나 접종받을 수 있다. 다만 달걀에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은 접종 시 과민반응이 나타나므로 접종을 받지 않아야 한다.
독감예방접종은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맞아야 하므로 11월 말까지는 맞는 것이 좋다. 독감예방접종은 매년 맞아야 하는 까닭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매년 유행이 예측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적합한 백신이 새롭게 개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감예방접종을 받는다고 하여 사스바이러스나 조류독감에 면역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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