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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국제화 잰걸음…빛 뒤엔 어둠도 있다"

장종원
발행날짜: 2007-12-01 07:47:49

국제학회 유치·SCI 등재 사활…국내 의사들은 소외감

[기획특집]2007 추계학술대회 무엇을 남겼나

2007년도 추계학술대회가 끝나가고 있다. 학술대회는 연구 성과를 토론하는 축제의 자리이지만 상당수 학회에서는 저수가 문제, 정부 부처의 회무 투명성 압박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기도 했다. 반면 논문의 질을 높이거나 국제학회를 유치하는 개가를 올린 학회도 적지 않았다. 본지는 이번 추계학술대회 이슈를 정리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연구도 좋지만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
(중)투명성과 연구 촉진…실험대 선 학회
(하)국제학회 유치·SCI 학술지 등재 사활
"세계정신의학회(WPA) 지역학술대회, 세계폐암학회, 세계유방암학회, 아-태 성의학회, 서울 국제 간암심포지엄..."

올해 치러진 국제학술대회들이다.

몇년전부터 국내 학회들이 세계학회를 유치하고, 학회지를 SCI에 등재하려는 노력을 경쟁적으로 벌이면서, 국내에서도 세계학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 의료 수준이 세계 수준에 근접한데 따른 자랑스러운 결과이지만, 한편으론 학회들이 생존과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글로벌화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회들 경쟁적으로 "세계학회 유치하자"

올해 열려진 세계학회들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세계폐암학회 포스터.
폐암학회에는 4700여명, 국내 350여명이 등 5000여명의 의학자들이 참석해 1300여편의 연제와 포스터가 발표됐으며 해외언론 40개 매체가 연일 소식을 타진해 역대 최고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유방암학술대회의 경우 한국유방암학회가 주도해 세계학회를 직접 개최했는데, 30여개국 800여명의 유방암 전문가들이 이번 학회에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잇달아 신경외과학회와 대한소아심장학회 역시 2008년 아시아·태평양 소아심장학회를 제주에 유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대한소아심장학회는 회원이 150여명에 불과한데도, 쾌거를 이뤘다.

신경외과학회 정희원 이사장은 "제15차 세계학회 유치를 위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준비해왔다"며 "세계학회를 통해 대한신경외과학회가 미국, 독일학회와 같은 선진대열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세계통증전문의학술대회가 열리고, 2010년에는 세계수부외과학회를 치른다.

이렇듯 세계학회 유치가 붐이 되면서 타 학회들도 세계학회 유치를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소화기학회는 2013년도 세계학회를 유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개원의들이 모인 학회인 성장의학회도 세계성장의학회를 유치하기 위해 사무국을 개설하는 등 활동에 나섰다.

한 학회 관계자는 "세계학회 유치가 붐이 되다보니 '우리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세계학회 유치가 학회 집행부들에게도 업적이 될 수 있어 선호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학회지 SCI 등재 노력도 '붐'

학회들은 학회지를 SCI에 등재시키기 위해서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좋은 논문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데다, 각종 학회들이 많은 탓에 논문 확보를 위해서는 SCI 등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생화학분자생물학회지, 영상의학회지, 대한의학회지, 연세내과저널 등이 SCI에 등재돼 있다.

지난 2002년 SCI-E에 등재된 영상의학회지.
예방의학회는 학회지를 SCI에 등재시키기 위해, 학회지를 1년에 6번으로 늘리고 외국인 자문교수 7명을 위촉하기로 했다. 김한중 이사장은 "학회지가 이미 Pub-med에 등재돼 있어 등재 가능성이 타 학회보다 높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소화기학회, 안과학회 등도 학회들도 SCI등재를 위한 사전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소화기학회의 경우 7개의 소화기연관학회가 공동 참여하는 국제소화기영문학술지를 올해 처음 발간하기도 했다.

학회들의 SCI 논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회지 발전 방향의 대표적인 아이템이 이제 'SCI 등재'이다. 실제로 산부인과학회의 '학회지 발전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학회지의 SCI 잡지 전환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국학회의 위상 격상…국제무대서 대접"

학회들이 세계학회 유치하고, 또 학회지를 SCI에 등재하는 노력의 배경에는 국내 의료의 질 및 의학회들의 위상이 높아진 측면이 없지 않다.

국내 의학자들이 세계학회에 다수의 논문을 제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국내 의학계의 위상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세계폐암학회 이진수 조직위원장은 "이번 학회에서도 다수의 국내 의학자들의 논문이 주요연제로 체택되는 등 국내 연구진들의 능력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결국 세계학회 유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세계 의학계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이 수천명씩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한 학술대회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이는 곧 국내 의학계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경외과학회 정희원 이사장은 "선배의사들이 이렇게 학회의 위상을 정립시켜놓는다면 우리의 후학들이 보다 떳떳하게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글로벌화의 움직임에 따라 영어논문이 증가하고, 학회지를 SCI에 등재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이어지는 결과라는 것이다.

학회 국제화 그늘…국내의사들 소외

하지만 학회들의 글로벌화 추진 뒷면에는 그늘도 적지 않다.

학회지에 SCI에 등재시키기 위한 노력의 이면에는 우수한 논문들이 해외 잡지에 빠져나가거나, 각종 세부학회 등의 등장으로 논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배경이 돼 있다.

기초의학회에서는 학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세계학회 유치나 SCI 등재 등의 글로벌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학회들이 세계학회를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해외연자를 초청하고, 비용을 지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모 학회는 세계학회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 연자들을 초청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치러 뒷말이 무성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국내 의사들이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외적인 글로벌화만 주장하다보면 실제 국내 의료진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영어 연제와 영어 논문, 그리고 학술적 깊이만을 강조하다보니, 정작 개원의나 젊은 의사들에게 학회가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모 학회 이사장은 "논문이라는 것이 내가 발표한 자료를 타인과 공유하기 위함인데, 국제화를 빌미로 영어로만 하게 되면 실제 국내 의사들에게는 도움이 안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어쩌피 정말 좋은 논문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갔다. 국내 학술지의 존재 목적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들의 국제화 노력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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