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서울성모병원, 고대의료원을 포함한 상당수 의료기관들이 JCI(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 채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전혀 움직임이 없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병원은 왜 JCI 인증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서울대병원의 경우 JCI 인증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의료기관평가를 글로벌 스탠다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박노현 기획조정실장은 3일 “JCI 인증을 받으면 해외환자를 유치하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의료환경과 맞지 않는 것도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박노현 기조실장은 “JCI는 미국 병원의 표준일 뿐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해 인증을 받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비용효과적인 측면도 없지 않은데 무조건 미국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보험수가상 도저히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용효과성도 낮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JCI 인증이 필수적이라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어 그는 “JCI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러시아나 동남아에서 환자를 보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별 병원들이 JCI 인증을 받는 것은 낭비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평가를 국가인증제로 전환하되, 보건산업진흥원과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 병원협회가 참여하는 TFT를 구성해 국제적 수준의 평가기준을 제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JCI 인증을 받기 위해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바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4일 “4~5년 전에 JCI 인증 절차와 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있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의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JCI 인증을 받으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인증절차를 밟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으로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국내에서 JCI 인증이 과포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과거에 인증 타당성을 검토한 바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현재 재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해외환자 유치 접근 방식도 다른 병원과 구별된다.
서울아산병원은 몇년 전부터 동남아를 포함한 선진국의 외국인의사 250명 가량을 매년 연수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국의사들이 연수를 받는 동안 아산병원 의술을 높이 평가하고, 좋은 인식을 갖게 되면 이들이 자국에서 치료하기 힘든 환자들을 자연스럽게 서울아산병원으로 보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해외환자를 직접 공략하지 않고 외국의사들을 서울아산병원의 홍보대사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와 달리 상당수 의료기관들은 JCI 인증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병협에 따르면 JCI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료기관은 대학병원급이 20여개, 중소·전문병원이 30여개에 달한다.
그러자 병원협회는 최근 JCI와 MOU를 체결하고 국내 의료기관이 인증절차를 밟을 때 대외적인 창구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설 정도로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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