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사건과 관련,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치료비용을 환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은 건강보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병원 측의 의학적 불가피성 주장을 전면 부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는 23일 성모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청구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성모병원이 진료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비를 포괄징수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급여항목의 비급여 징수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대 징수 △허가사항 초과 약제 사용분 환자 부담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심평원의 환불 처분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성모병원은 2003년 1월부터 8월까지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 모씨에 대해 3468만원을 징수했지만 이 씨가 사망하자 유족 측은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자 심평원은 성모병원이 진료비 총액 가운데 1812만원을 임의비급여했다며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환불하라고 처분했다.
또 심평원은 김 모씨를 포함한 5명의 진료비 확인 민원에 대해서도 총 1억1923만원을 환불해 주라고 성모병원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은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비급여로서 공단에 비용을 청구하더라도 비용을 상환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자들에게 정당하게 부담시킨 것이라며 심평원 환불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이날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성모병원의 의학적 불가피성 주장에 대해 모두 이유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게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 측에 부담시켜서는 안 되고, 그 치료행위가 위독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법이 마련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난 치료비용을 환자가 부담토록 하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법원은 “치료행위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요양기관이 불특정 다수인 환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행위의 내용이나 그 비용 부담 등에 관해 당사자간 계약으로 정하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각각의 개별 진료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의 사용에 대해 요양급
여 대상 여부를 확정하고 그 비용을 산정하는 현 건강보험체계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치료행위와 일반 치료행위를 구별하기가 용이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요양기관은 요양급여 대상이나 비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 행위ㆍ약제 및 치료재료라 하더라도 복지부에 요양급여 대상 결정을 받아 공단이나 환자 측으로부터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법원은 성모병원이 진료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를 주진료과 의사에게 포괄 위임한 것에 대해 심평원이 환급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주문했다.
주진료과 의사는 진료지원과 의사로 하여금 각종 검사, 영상진단, 방사선치료 등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치료를 행하므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주진료과 의사에게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를 포괄위임하는 게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은 심평원이 두 사건에서 임의비급여 환급 결정한 총 1억 3737만원 가운데 선택진료비 931만원을 제외한 1억 2806만원에 대해 정당한 처분이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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