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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본질 간과한 'cure 경쟁' 우려"

안창욱
발행날짜: 2010-02-23 06:47:54

허대석 보건의료연구원장 "나이팅게일 정신 절실"

허대석 원장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서울의대) 원장이 첨단 의료를 표방하며 환자 유치경쟁에만 몰두하는 의료 현실에 우려를 표시했다.

허대석 원장은 보건의료연구원이 발간하는 ‘근거와 가치’ 2월호 CEO 칼럼에서 “대형병원들이 앞 다퉈 고가 의료기기를 구입하고, 최신 의료기술을 광고해 환자를 모으려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서 의료의 본질이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팅게일을 환기시켰다.

나이팅게일이 1854년 크리미아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수용하는 위생시설을 개선한 뒤 깨끗한 물과 음식을 제공하고, 기본적인 간호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사망률을 42%에서 2%로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실례에서 알 수 있듯이 완치(cure)를 전제로 한 의료기술과 함께 잊지 않아야 할 의료의 중요한 측면은 돌봄(care)"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최첨단 의료기기, 신기술, 신약으로 무장한 현대의료가 과거 치유하지 못했던 많은 질병을 정복한 게 사실이지만 care를 간과하는 것 역시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제대로 된 돌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사 외에도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간병인 등 다양한 직종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건강보험 등의 의료제도도 밀접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국민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와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의료와 관련된 직종과 기관이 각기 자신들의 손익만을 따지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잊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상적인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라면서 “오늘날 우리는 200년 전에 없던 의료기술과 치료제를 가지게 됐지만 나이팅게일의 정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더욱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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