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의 횡령 의혹이 '찻찬속의 태풍'이 될지 아니면 거대한 파문을 일으킬지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현재 횡령 의혹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장에 25일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의협은 의료와사회포럼 박양동 대표에게 회장의 활동범위를 넓히기 위해 특수업무추진비가 필요하니 협조해달라고 제안했고 박 대표는 이를 수락한다. 의료정책연구소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비가 지급되면 이를 의협에 재송금하는 방법이 쓰였다.
박 대표는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 후 돈이 들어와 바로 다음날 협회에 재송금 했다"면서 "송금한 통장이 경만호 회장 개인통장인지 법인통장인지 잘 몰랐으며,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집행부는 앞서 특별업무추진비 마련 계획을 박희두 의장과 감사단에 알려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김주필 감사와 허정 감사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줬다.
감사단 중 유일하게 이원보 감사만 "양해해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소한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입증된다. 박양동 대표는 "연구용역과 관련한 내용을 이원보 감사에게 직접 설명하자 이 감사는 통장입출금 내역을 기록보관하라고 말했다"며 "연구비를 송금한 후에도 이 감사에게 돈이 왔다갔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은 62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배포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의사협회는 회장 비서실은 송금받은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회장 집무실내 금고에 보관했으나 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그대로 보관해 오다 지난 20일 박 대표와 연구계약을 해지하고 가지급 연구비 1억원을 의협 통장에 반환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의사협회는 회장의 특수업무추진비 마련을 위해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유용했고, 대의원회 의장과 감사단은 이를 양해해준 셈이 된다.
횡령의혹이 불거지자 파문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회원들은 이 사건을 횡령과 비자금 조성으로 단정하고 정기총회에서 단단히 문제삼겠다며 벼르고 있다.
우선 의사협회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구비명목으로 지급된 돈이 경만호 회장의 개인통장에 송금되었다는 점에서 횡령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연구용역비가 의사협회→박양동 대표→경만호 회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특별업무추진비로 둔갑한 점도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금고에 보관해온 1억원을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대상은 누구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특수업무추진비 조성을 사전 양해한 박희두 의장과 감사단도 비난의 화살에 정면 노출되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일부 회원들이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중요 이슈로 거론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외부로 노출되었을 때 충격파를 걱정하는 눈치다.
경기도의사회 윤창겸 회장은 "장동익 회장의 정치권 로비 파문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비자금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의료계에 회복할 수 없은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일부 일간지에 횡령 의혹 보도가 나갔고 공단 사회보험노조도 1억원 횡령의혹을 밝히라며 여론조성에 나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 인지수사를 하거나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에 나선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면서 "서둘러 내부적으로 봉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의정회가 폐지된 것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배경이라는 지적과 함께 의정회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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