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진료비를 허위청구하다 적발된 의사가 사무장에게 책임을 전가하자 그 자체가 중대한 과실이라며 소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박정화)는 최근 진료비를 허위청구한 혐의로 업무정지,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 L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행정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의사 L씨는 2005년 지방에서 J연합의원을 운영하다가 2007년 8월 폐업하고, 다음 달부터 다른 지역에서 U의원을 개설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6월 J연합의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대표자였던 기간 내원일수 허위청구 등 비위사실을 확인하고, U의원으로 실사를 확대했다.
총 13개월치 진료비를 실사 결과 L씨는 두 의료기관에서 내원일수 허위 및 증일청구, 미실시 이학요법료 청구, 비급여 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청구 등의 수법으로 총 5299만여원을 허위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L씨에 대해 업무정지 109일, 의사면허정지 8개월 처분을 각각 내렸고, L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L씨는 업무정지처분에 대해 “건강보험법 상 ‘기타 부당한 방법’에 관해 아무런 개략적 기준조차도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인 ‘사위의 방법’과 동일하게 침해적인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항변했다.
또 L씨는 “J연합의원을 운영하면서 내원일수 허위 및 증일청구 등의 허위청구를 한 적이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무장이 원장 몰래 한 것이어서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의사면허정지처분에 대해서도 L씨는 “허위청구금액의 구체적인 범위나 비율을 특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 원고로서는 어떤 기준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어 행정절차법상 이유제시의무를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기타 부당한 방법’이라는 요건의 불확정성, 추상성만을 들어 행정기관의 자의적 의견에 좌우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개락적인 유형이나 기준을 하위법령에 의해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해서 건강보험법령 규정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허위청구 등이 어느 환자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는 물론 허위청구금액의 구체적인 범위 또는 비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의사면허정지처분서 자체에 허위청구금액의 구체적인 범위 또는 허위청구 비율을 기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업무정지 처분서를 통보할 때 부당금액 세부 산출내역을 기재하면서 의사면허정지처분이 있을 수 있음을 명시한 점, 의사면허정지처분을 내리기 전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했고, 실제 의견을 제출한 점 등을 놓고 볼 때 허위청구 범위나 비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은 “사무장이 원고 모르게 허위청구를 했다 하더라도 고용한 자로서 그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다”면서 “이를 게을리해 사무장의 위법행위를 알지 못했다면 그 자체가 중대한 과실”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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