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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故허영섭 회장 1주기 추모식

이석준
발행날짜: 2010-11-15 16:11:52

"본사서 유족과 각계 인사 등 300여 명 참석한 가운데 엄수"

"기업은 더 이상 이윤을 추구하는 맹목적인 집단일 수 없습니다. 기업은 인격을 가져야 하며 낮은 곳으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기업은 세상의 모든 사랑을 추구해야 합니다."(故 牧岩 허영섭(許榮燮) 녹십자 회장)

백신 안보와 필수의약품 국산화에 앞장서며 국내 생명공학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故 허영섭 녹십자 회장(前 전경련부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15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녹십자 본사 목암빌딩 강당에서 엄수됐다.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녹십자 임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화상 회의 시스템으로 전국의 녹십자 임직원이 연결된 가운데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 추모영상 시청, 조순태(趙淳泰) 녹십자 사장의 추모사, 허동섭(許東燮) 한일시멘트 회장의 유족대표 인사, 헌화 등이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조순태 녹십자 사장은 추모사에서 "이윤에만 연연해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기업가"였다며 "항상 강조해 오신 'R&D는 미래의 매출액이자 GNP"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고 노력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녹십자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고인의 육성이 담긴 영상 시청, 헌화, 추모석 참배와 함께 홍보전시관 내 마련된 고인의 개인유품과 사진, 친필메모 등의 관람을 통해 고인이 생전 이루고자 했던 가치와 뜻을 기리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개성상인 마지막 세대인 고 허영섭 회장은 개성 출신 기업인들의 가장 큰 특징인 탄탄한 재무구조와 내실을 중시하는 특유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녹십자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분야 등에서 국제적인 생명공학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또 생명공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할 특수의약품 개발'에 매진해 국산화를 이룩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고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B형 간염백신을 비롯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행성출혈열 백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수두백신과 최근 세계 3번째로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F 개발에 성공한 등 척박한 국내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세계를 공포로 내몰았던 신종플루의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적시에 국내 공급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백신 자주권을 확보해 국가 보건안보에 큰 공적을 남겼다.

지난 2004년 독감백신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외국 자본과 합자형태를 추진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허회장은 외국 자본과 함께 시작하면 쉽고 이득도 많이 남겠지만 대한민국 백신주권은 수호하지 못한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또 국내 생명공학 연구기반 조성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민간 연구재단인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해 사회에 환원하여 국내 생명공학 연구기반 조성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아울러 선천성 유전질환인 혈우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치료와 재활을 위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 등의 사례는 기업활동에 있어 이윤에만 연연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고인의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와 업계관계자들은 고인에 대해 "경제적인 득실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가치관이 강했던 분"이라며 "자신에게는 엄격하리만큼 검소했지만 공익을 위한 일에는 그 누구보다 아낌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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