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③| 2011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
파격적인 수가인상에도 불구하고 흉부외과와 외과 등 기피과들이 처절하게 외면당한 것은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시합격자보다 인턴정원이, 인턴보다 레지던트가 많은 현재의 황당한 전공의 정원 정책이 기피과의 몰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인기과 몰락…예고된 재앙
A대병원 교육수련부장은 2일 "사실 인턴이 모두 레지던트로 온다고 해도 일부 병원과 진료과목은 미달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수급 구조"라며 "결국 흉부외과, 외과 등이 이러한 불균형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5년간 인턴-레지던트 모집 인원 추이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2011년도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진료과목별 양극화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과, 재활의학과 등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진료과목과 피부과, 안과로 일컬어지는 전통 인기과들은 경쟁률이 2대 1에 육박한 반면, 흉부외과, 외과 등은 오히려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흉부외과는 수가가 100% 인상되고 이를 이용한 지원책들이 속속 나오면서 올해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0.4대 1로 마감됐다.
외과도 사정은 마찬가지. 0.6대 1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지원율이 떨어지며 수련병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사실 이같은 미달사태는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해 인턴 합격자가 3853명이었지만 올해 레지던트 정원은 4062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배출되는 인턴 모두가 레지던트에 지원한다고 해도 미달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 여기에 대형병원과 인기과로 자원이 몰리는 경향이 더해지면서 지방의 수련병원들과 비인기과목들이 속수무책으로 미달을 맞게된 것이다.
최근 몇년간 의사 자원의 수급상황을 보면 이같은 왜곡된 구조가 절실히 드러난다.
지난 2007년 국시합격자는 3305명. 하지만 2008년 인턴정원은 3840명이다. 결국 배출된 의사 모두 인턴에 지원해도 정원에 미달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레지던트 모집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9년 레지던트 정원은 4039명이다. 2008년 인턴에 들어간 3840명에 비해 거의 200명이 많은 수치.
결국 국시합격자<인턴정원<레지던트 정원이라는 왜곡된 수급구조 속에서는 어느 병원, 어느 과목은 미달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전공의 수급 구조 대수술 필요하다"
이처럼 왜곡된 수급균형은 결국 병원들의 외형확대와 깊숙하게 연관돼 있다.
배출되는 의사수는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병원들의 외형확대로 레지던트 정원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같은 뒤틀린 구조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부 학회들은 병원협회 신임위원회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정원 축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공의 정원이 줄어든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따라 의학회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급구조에 대한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지금과 같은 수급 구조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B학회 이사장은 "전문의 수급문제는 국가의 보건의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지금처럼 병원에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 사탕발림만 지속한다면 또 다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이라도 병원협회와 복지부 모두 학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단계적으로 장기수급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학회의 의견을 묵살한다면 또 다른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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