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선택진료비를 임의비급여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학병원 대부분이 법정싸움에서 1차 승소했다.
하지만 해당 의료기관들은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를 토대로 대학병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강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고법은 행정6부(부장판사 임종헌)는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아주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4개 대학병원에 부과한 과징금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병원별 과징금은 여의도성모병원과 아주대병원이 각각 2억 7000만원, 고대 안암병원이 2억 4천만원, 세브란스병원이 5억원 등이다.
과징금 부과 처분의 핵심 쟁점은 이들 의료기관이 주진료과 의사에게 진료지원과 선택진료 의사를 선정하도록 포괄 위임한 게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느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기관들이 선택진료 요건을 갖추지 않았거나 부재중인 의사, 선택진료의사로 지정되지 않은 의사를 선택진료 의사로 운용하면서 선택진료비를 징수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정위가 위법행위와 관련한 과징금을 산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 납부명령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료지원과 선택진료의사 포괄 위임을 제외한 위법행위와 관련한 과징금을 명시하지 않아 과징금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고법 행정7부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길병원의 경우 선택진료 신청양식 자체가 환자의 선택권을 원천 부정했다며 3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2009년 9월 이들 8개 대형병원의 2005년 1월부터 2008년 6월분 선택진료비를 현지조사하고,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선택진료비를 부당징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통보한 바 있다.
병원별 과징금은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5억원,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이 4억 8천만원, 가천길병원 3억원, 여의도성모병원과 아주대병원이 2억 7천만원, 고대 안암병원 2억 4천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당시 8개 병원을 실명으로 공개하면서 진료비를 임의비급여한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와 관련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공정위의 무리한 과징금 처분에 대해 재판부가 올바른 판결을 해 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공정위가 현지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의료기관들은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몰렸고, 여전히 환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데 이런 판결이 났다고 해서 명예가 회복되겠느냐"고 따졌다.
그는 "앞으로는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의료기관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져선 안될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한편 공정위는 서울고법 행정6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여서 행정7부 사건 역시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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