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의료장비 부당청구 차단을 위한 청구서식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심사평가원, 건보공단 등과 의료장비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8월 특수의료장비 식별코드 부착 규칙 개정안의 후속조치로 식별표시 방법 및 청구서식 변경 등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특수의료장비는 내년도 확대되는 체외충격파쇄석기와 혈관조영장치, C-Arm 장치, 방사선투시장치, PET, PET-CT 그리고 현재 지정된 CT, MRI 등 8개이다.
복지부는 지난 5~7월 실시한 15종 장비에 대한 일제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국제적 호환이 가능한 특수의료장비 식별코드(GS1)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바코드에는 식약청 허가번호와 상품 코드, 생산일자, 일련번호, 품질 여부 등 장비별 17개 항목의 세부정보를 담을 수 있다.
의료계는 장비 식별코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정보 부여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 스캔시 정보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생산일자와 품질 적합 여부, 허가 번호 등 환자와 의료기관간 신뢰성에 입각한 최소 정보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복지부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하고 환자의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를 포함하기로 했다.
문제는 장비식별을 위한 청구서식 변경이다.
복지부는 부적합 장비의 사용제한 등을 위해 청구시 사용장비별 식별코드를 기재하는 청구서식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비별 촬영기록 등 진료비 청구내역을 증빙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 등이 개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은 특수의료장비 중 동일 품목 장비를 2대 이상 보유한 의료기관이다.
특수의료장비 진료비 청구시 장비 코드 기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PET-CT 검사 모습.
현재 병원 214개와 종합병원 210개, 의원 147개, 상급종합병원 44개, 요양병원 4개 등 총 620개 요양기관이 특수의료장비 중 동일 장비를 2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다.
의료계는 일부의 행태를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규제하는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
더욱이 청구시 식별코드 기재는 사용연한 등급화인 의료장비 차등수가제를 실시하기 위한 수순임을 우려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심평원에서 부적합 장비의 부당청구 문제를 제기해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했다"면서 "복지부는 품질관리라고 하지만 의료장비 차등수가제 도입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병협 측도 "1%도 안되는 일부 부당청구를 잡으려고 모든 의료기관을 감시하는 이상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진료실명제에 이어 장비 코드 청구까지 의료현실을 간과한 일방적 규제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복지부는 의료장비 검사 건수 증가에는 품질 부적합 장비가 일조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청구명세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일 장비 중 부적합 장비로 검사해도 장비명으로 청구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부당청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의료계가 우려하는 차등수가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달 중 바코드 라벨지 배포와 함께 특수의료장비 청구 명세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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