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3월 28일 선고한 서울대병원 약제비 판결은 원외처방 약제비 반환청구 소송에 있어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이외에도 50여개의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른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약제비 소송의 사실관계는 길고 복잡하며, 그에 따라 법률적 쟁점도 매우 많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쟁점만 3가지로 요약하면, 1) 병원이 보험공단에 대한 약제비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몇 년인지, 2)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의사의 약처방이 과연 위법한지, 3) 위법하다면 병원측이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이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쟁점은 병원의 보험공단에 대한 약제비 반환청구권의 성격이 무엇이냐에 관한 것이다. 그 청구권의 성격이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인지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권인지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이 달라진다. 만약 전자라고 한다면 소멸시효가 10년이지만, 후자라면 3년이다.
대법원은 그 성질을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고 판시하였다. 그에 따라, 병원은 지난 10년간 보험공단이 환수(또는 전산 상계)해간 원외처방 약제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면, 그 처방이 비록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으로서 가입자 등에 대하여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보험공단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개별 약처방에 있어서 의학적 정당성을 따지는 일은 보험공단에 대한 관계에서는 의미가 없게 되었다.
세 번째 쟁점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약 값 중에서 환자본인부담금은 보험공단의 손해에서 제외하고, 공단부담금 부분에 있어서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서 병원의 책임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보험공단과 병원의 책임범위를 각각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서울고등법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에 따라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서로 책임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재판뿐 아니라, 실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먼저,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고, 병원이 반환받을 수 있는 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소송 참여에 유보적이었던 다른 병원들도 추가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보험공단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에도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보험공단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한 약처방에 대해서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전산 상계하는 방식으로 약값을 환수해 왔는데, 앞으로 환수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약값 중에 얼마를 환수해야 할 지 알 수 없고, 그에 관한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보험공단쪽에서는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에 관한 근거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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