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전자서명이 기재되지 않은 전자차트(EMR) 전자의무기록부가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리면서 개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급 의료기관과 달리 전자서명법에 근거한 전자서명을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는 의원이 현지조사는 물론 향후 환자와의 의료소송에서 이런 전자의무기록을 제출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환자 의무기록과 관련, 진료기록부를 종이 형태로 작성ㆍ보관하거나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의무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의원에서는 공간적 제약과 인력 부족에 따른 보관ㆍ관리의 어려움이 따르는 종이차트 대신 전자차트를 이용해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하고 이를 출력해 별도로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자차트로 작성ㆍ저장된 전자문서가 의무기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환자 기록의 수정과 변경, 추가 사항 등에 대한 전자서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전자서명이 없는 전자차트의 기록은 수정 및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무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차트 대부분이 전자서명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차트 업체가 전자서명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높은 비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자차트 업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전자서명 기능을 제공하는 일이 어렵진 않지만 높은 비용이 걸림돌"이라며 "전자서명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증기관과 협약을 맺어 공인인증서를 별도 구매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의원들은 현지조사나 의료소송이 제기돼 전자서명법에 의한 서명이 기재되지 않은 전자의무기록을 복지부나 법원에 제출해도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대부분의 의원들이 전자서명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내과 개원의는 "의원에서 전자서명이 기재되지 않은 전자의무기록을 제출했다가 법원에서 행정처분을 받은 일부 사례는 알고 있지만 몇몇 의원에만 국한된 일이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차트를 사용한 지 10년 이상 됐는데 그동안 전자서명을 이용하지 않아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또 정부에서도 전자서명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전자서명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ㆍ심평원 현지조사는 물론 환자와의 의료분쟁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전자의무기록과 관련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원의 스스로가 전자서명 사용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시급하다.
더불어 전자차트 업체는 개원가에서 비용 부담 없이 전자서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정부 또한 현행 전자의무기록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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