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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면허 대여했다고 무조건 면허취소할 수 없다"

안창욱
발행날짜: 2013-08-01 07:10:45

박모씨, 원장 부탁으로 한달간 빌려줬다가 봉변…재판부 "처분 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면허를 대여한 의사에 대해 면허취소처분을 하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복지부가 의사인 박모씨에 대해 면허취소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박씨는 A요양병원에서 2009년 1월 실제 4~5일 근무했음에도 2개월간 근무한 것처럼 면허를 대여해 2개월분 월급 700여만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박씨는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에 처해졌다.

그러자 복지부는 2012년 12월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5조에 따르면 면허증을 빌려준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박씨는 "본인의 퇴직 때문에 요양병원 의사인력등급이 하락하면 의료수가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김모 원장의 부탁을 받아 의사인력 신고기간을 25일간 유지한 것에 불과해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면허대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면허증 대여라 함은 타인이 그 면허증을 이용해 의료인으로 행세하면서 의료행위를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빌려주는 것이라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A요양병원 김모 원장은 박씨가 퇴사하면 의사인력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할 것을 우려해 다른 의사를 구할 때까지 한달 동안 만이라도 의사등록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2010년 5월 이 같이 잘못된 내용을 자진신고해 부당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환수 외에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지만 박씨는 면허증을 대여했다가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김 원장이 박씨 면허증을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의료행위를 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고, 이미 성립한 면허증 대여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복지부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박씨의 면허증 대여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게 아니라 자격정지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진료비 거짓청구를 돕기 위해 행해진 것이어서 무면허 의료행위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면허대여 행위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또 법원은 "동일한 유형의 면허증 대여라도 그 기간, 경위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한가지로만 정해진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의 기준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현저히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이 이유가 있다며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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